“당신이 없어도 내 당신 마음 잘 아니까 / 나 혼자서라도 잊지 않고 투표 잘 할 것이니 / 부디 하늘에서는 아푸지 말고 편안히 계시쇼.”
최근 전북선관위가 성인문해교육 학습자를 대상으로 개최한 ‘아름다운 선거 짧은글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김종단 씨(82)의 작품 ‘나 혼자 하는 선거’의 마지막 구절이다. 선거때마다 항상 남편과 손잡고 같이 투표하러 다녔다는 김종단 씨는 지난해 60여 년을 함께한 남편을 하늘로 떠나보내고 그리운 마음을 글로 담아냈다.
김 씨는 “항상 둘이 다니다가 혼자 투표할라니 허전하고 쓸쓸하지만 남편을 대신해서라도 더 열심히 투표헐테니 저세상에서라도 나 걱정하지 말고 편히 계시라는 글이구만요” 라며 남편 생각에 눈시울을 붉혔다.
여자라는 이유로 배움의 기회를 갖지 못했던 김 씨는 남편의 응원과 지원에 힘입어 2019년부터 남원시 평생학습관(분관)에서 문해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늦게나마 한글을 배운 그는 공모전에 작품도 내고 남편 없이 공과금도 내고 은행에서 돈도 찾을 수 있게 되는 등 일상의 많은 변화에 기쁨과 행복을 누리고 있다.
“내가 글을 몰랐는디 우리 영감이 나더러 항시 영리하다고, 공부도 쪼깨만 하면 겁나게 잘 할 것이다고 하면서 평생학습관에 입학을 시켜서 문해 공부를 시작했제. 지금은 동사무소에 가서 노인일자리 신청할 때 이름과 주소도 혼자 쓰고, 은행에 가서 공과금도 내고, 돈도 찾기도 하고 우리 영감이 하던 것을 이제는 나 혼자서도 잘 하고 있제.”
지난 6월 전북선관위의 지원을 통해 선거교육을 받은 김 할머니는 교육을 통해 선거에 참여하는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고 한다.
그는 “전에는 우리 고향 사람을 찍어줘야 헌다는 생각에서 했지만 지금은 나보다는 우리 자식들, 손주들이 살기 편한 세상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일 잘하는 사람을 뽑아야 된다고 생각허제. 요새는 선거날도 꼭 그날이 아니어도 사전투표라는 것도 있으니까 아무리 바빠도 우리들의 미래가, 아니 당장 우리들의 현실 문제가 달려 있으니 투표는 꼭 해야제”라고 다짐했다.
끝으로 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게 건강하게 살다가 가는 것이 소망이라는 김 씨는 정치인들에게 “남들 비방하지 말고 자기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만 얘기허고 그것을 실천하믄 좋것어”라고 전하며 경쟁하지 않고 즐기면서 사는 나라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