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독립과 민주화를 위해 희생한 광복·민주 지사들을 기억하는 공간이 서울 서대문형무소에 마련됐다.
서울 서대문구는 이달 14일부터 내년 8월까지 1년 간 서대문형무소역사관 공작사에서 ‘2021 독립민주지사 특별전’을 연다. 공작사는 일제강점기 재소자들의 노동력을 동원하여 형무소, 군부대, 관공서 등지에 필요한 물품을 만들어 공급하던 공장이다.
전시는 항일무장투쟁운동을 알렸던 철혈광복단과 대표적인 반(反)유신 항쟁인 민청학련 사건과 관련 지사들을 소개하는 자리로 기획됐다.
이번 전시는 고(故)김근태 열린우리장 의장과 인재근 국회의원(서울 도봉 갑)의 딸인 김병민 씨가 큐레이터로 참여했다.
철혈광복단은 영화 <좋은 놈 나쁜 이상한> 의 모티브가 된 ‘간도 15만원 군자금 탈취 의거’을 거행한 항일 독립운동 조직이다. 철혈광복단이 탈취한 자금은 만주 일대 독립군의 군자금으로 유입돼 1920년 10월 김좌진(金佐鎭ㆍ1889~1930) 장군이 이끄는 북로군정서(北路軍政署)와 홍범도(洪範圖·1868~1943) 장군의 대한독립군이 청산리(靑山里) 전투에서 승리하는데 큰 힘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좋은>
단체는 1919년 윤준희(尹俊熙·1892~1921)·임국정(林國楨·1894~1921)·한상호(韓相浩·1899~1921)등이 중국 젠다오(間島)에서 결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윤준희·임국정·한상호 열사는 일본 경찰의 밀정 엄인섭(嚴仁燮)의 밀고로 체포돼 모두 사형 선고를 받고 순국했다.
전시공간에는 이러한 간도 15만원 군자금 탈취 의거 사건과 뒷이야기, 철혈광복단 3인의 소개가 상세히 설명돼 있다.
특히 10분 길이의 영상이 전시장 내부에 설치돼 거사를 주도했던 세 사람의 내면을 묘사해 당시 20대 청년이었던 그들의 독립에 대한 열망과 의지, 감정을 느낄수 있도록 했다.
민주지사 기억공간은 1974년 민청학련 사건과 운동을 주도하면서 옥고를 치렀던 김윤·이철·장영달 등 세 사람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민청학련 사건은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 사건을 줄인 것으로 학생들이 중심이 된 반 유신운동을 박정희 정권이 “80여 명이 불온세력의 조종을 받아 국가를 전복시키고 공산정권 수립을 추진했다”는 혐의로 구속·기소한 사건이다. 이에 대해 2009년 우리나라 재판부는 민청학련 사건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민청학련은 국가가 국민에게 한 고문과 사법살인이 자행된 사건으로 한국 민주화운동사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 사건으로 민주항쟁의 외연이 종교계나 정치계 지식인으로까지 확대됐고, 부마민주항쟁, 1980년 서울의 봄, 5·18광주민주화운동, 1897년 6·10민주항쟁의 기반이 됐다.
민청학련 사건의 당사자인 장영달 우석대 명예총장은 “과거 서대문형무소에서 독립, 민주 지사들에게 고통을 안긴 바로 그 장소에서 민족독립과 민주화를 기억하는 공간이 마련됐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면서 “앞으로 더 많은 독립, 민주화 운동과 지사들이 대중에게 소개되고, 이를 통한 역사정신이 더 널리 계승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2021독립민주지사 특별전’ 큐레이터로 참여한
故김근태 의장 딸 김병민 씨
“과거에 많은 독립·민주 지사들이 고통을 받았던 공간에서 다시 그들을 기억하는 공간이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서대문형무소는 특별한 공간이죠. 앞으로 더 많은 독립운동과 민주화 운동 그리고 이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했던 사람들의 삶과 정신이 더 널리 전승되길 기대합니다.”
2021 독립민주지사 특별전은 고(故)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인재근 국회의원의 딸인 김병민 씨가 큐레이터를 맡았다. 김 씨는 아버지인 김 전 의장과 인 의원의 영향을 받아 민주화운동은 물론 독립운동에 대한 식견과 자료조사에 대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올해에는 더 많은 독립·민주 지사를 기억하자는 의미에서 공작사 내 독립민주지사 공간을 새롭게 조성한 특별전을 마련하는 데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 특히 그는 자료정리에 뛰어나 일반인이나 어린이들에게 어려울 수 있는 두 사건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김 씨는 학부에서 역사를, 대학원에서 미술사를 전공했다. 예전에는 부정도 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민주화 운동의 거목인 부모님의 영향이 적지 않았다고 했다.
김 전 의장의 서재에는 민주주의나 노동운동 관련 책들이 빼곡했다. 또 김 전 의장은 미술에도 관심이 많아, 보유한 도록도 많았다고 한다.
김병민 씨는 “(아버지가)생전 자료를 정리하거나 자서전을 쓸 틈도 없이 돌아가셨다. 남겨진 자료들을 정리하면서 자연스럽게 전공을 살리게 됐다”면서“이는 곧 민주·독립지사들과 관련한 자료정리나 큐레이터 활동으로 확대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