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우리 지역에 사람이 모이게 할까? 지역을 기반으로 정책을 만드는 사람의 비중 있는 고민일 것이다. 정책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어도,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해보지 않았을까. 여기에 이런 거 팔면 잘 될 거야. 여기엔 반드시 이런 게 있어야만 해. ‘크리에이티브 시티’라는 묵직한 수사를 붙이지 않더라도, ‘로컬 크리에이터’라는 거창한 수사를 붙이지 않더라도, 지역에 사는 우리는 일상에서 무언가 새로운 것. 같은 것이라도 좀 더 괜찮은 것은 무엇일지 고민한다. 이는 로컬 크리에이터가 지역에 따로 존재하는 특수한 것이 아닌, 지역에 사는 사람 누구나 로컬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지역에 사는 사람 누구나 로컬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듯, 지역의 모든 것이 로컬 콘텐츠의 가치가 될 수 있다. 지역의 역사와 문화 등 유무형의 것에서 가치를 찾아야 한다. 그러므로 지역의 가치를 찾는다는 것은 지역에 관한 관심과 이해로부터 시작된다. 우리 지역이 가지고 있는 것을 모아 이야기를 만들어, 그 이야기가 중심이 되어 성공과 실패를 경험해야 한다. 로컬의 이야기가 중심이 된다면, 실패하더라도 그것은 성공의 가능성이 담긴 괜찮은 실패일 것이다.
지역의 정체성이 담긴 고유한 이미지를 상징화하여 지역다운 지역을 만들어내는 로컬 브랜딩 또한 로컬 크리에이터의 활동과 연결될 수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아닌 그 지역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독창적인 창조물이 필요하다. 그래야 기존의 주목받지 못했던 로컬 자원에도 시선을 둘 수 있다.
‘리브랜딩(Rebranding)’이라는 마케팅 용어가 있다. 소비자의 기호, 취향, 환경 변화 등을 고려해 기존 제품이나 브랜드의 이미지를 새롭게 창출하는 것을 말한다. 이미 탄생한 브랜드를 다시 다듬는 것을 리브랜딩이라 한다면 로컬의 스토리가 담긴 로컬 크리에이터의 활동도 로컬 리브랜딩이 될 수 있다.
로컬 크리에이터 활성화 지원사업 심사도 지역의 이야기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 최신 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아이디어만이 사업 선정의 기준일 수 없다. 로컬의 고유 정체성이 담긴 이야기를 로컬 크리에이터가 이해하고 있는지, 지역의 이야기를 열심히 발굴하고 고민했는지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
조금 더 새로운 기술은 없는지, 홍보는 어떻게 할 것인지, 돈은 되는지가 사업 평가의 기준일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로컬의 고유한 정체성이 담긴 이야기다. 좀 더 새로운 거 없어요? 라는 말이 심사위원의 말에서 나온다면, 그것이 로컬 크리에이터가 대답해야 할 질문일까? 지역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만들어낸 아이디어가 반드시 새로워야 할까? 기술이 접목되지 않더라도, 유행을 따르는 새로운 것이 아니더라도, 로컬 크리에이터가 지역의 이야기를 꺼내는 행위 자체를 존중해야 한다. 로컬 크리에이터의 발굴도 새로운 기술이 아닌, 기존의 로컬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주목해야 한다. /안선우 문화예술공작소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