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시네마, ‘지시적’ 영화 보기

이승수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 회장

이승수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 회장

“영화 어떻게 봐야 해요?” 많이 받는 질문이다. 한 유명 감독은 “그냥 보세요”라고 말한다. 중국집 가서 짜장면 먹을 때 주방장 불러놓고 무엇을 넣었고 맛의 비결은 무엇인지 묻느냐며. 다양한 관점을 강조한 말인 줄 알지만, 힐링시네마 생각은 조금 다르다. 레시피는 물론 맛의 깊이를 알아야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힐링의 숲으로 안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시적, 연상적, 정화적 접근법이 있다고 전술한 바 있으며 먼저 지시적 접근에 대하여 알아보기로 한다.

지시적 접근(The Prescriptive Way)은 영화를 교육적·지시적 목적으로 보고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영화를 정보제공의 원천으로 여기며 교훈이나 모델링을 위한 도구로 가정한다. 치유요인을 세 가지로 소개한다.

첫째 ‘객관화’이다. 주관적인 시각을 제삼자적 관점으로 돌려 자기를 돌아보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다른 사람의 경험과 생각을 보며 대리로 세상을 알게 하는 심리적 거리 두기 기법이다. 세상이 정의롭지 못하다고 말하는 중학생들에게 영화 <안티고네> 를 보여 줬다. ‘안티고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테베 왕 오이디푸스의 딸이다. 전쟁터에서 죽은 오빠 ‘폴리네이케스’의 시체에 모래를 뿌려 장례 의식을 행하였다가 처형당했다. ‘안티고네’는 캐나다 정착을 위해 몸부림치는 한 이민 가정의 여학생 이름이다. 어느 날 큰 오빠가 총에 맞아 절명하고, 작은 오빠가 감옥에 갇힌다. 안티고네는 약자를 마구 대하는 불합리한 사회제도와 맞서 목숨을 걸고 싸운다.

둘째 ‘생각과 행동의 명료화’이다. 생각과 감정을 보다 잘 이해하도록 돕고 이를 언어화·명료화하는 것이다. 처한 상황에 대하여 더 나은 관점을 개발하도록 해준다. 기발하기도 하고 합리적이기도 한 등장인물을 보며 이를 기준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하도록 도와준다. 우리 영화 <더 킹> 에는 건달 아버지를 둔 말썽꾸러기 고등학생 ‘태수’가 나온다. 어느 날 아버지가 검사에게 혼쭐이 나는 것을 보면서 자기도 검사가 되겠다고 결심한다. 지독한 노력 끝에 서울대를 나와 검사가 된다. 정치 검사들의 번지르르한 모습에 매료되어 그 길을 따라 걷다가 검찰에서 쫓겨난다.

셋째 ‘모델링’이다. 영화 속 등장인물이 자신과 비슷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보여 주고, 다양한 문제 해결책을 제시한다. 캐릭터의 문제 해결방식을 그대로 모사하거나 자신의 문제에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좋은 모델과 나쁜 모델의 변별력을 갖는 게 중요하다. 태국영화 <배드 지니어스> 는 시차를 이용하여 SAT(미국 대학입시 자격시험) 국제 커닝을 하는 천재 학생의 심리와 이를 둘러싼 주변 인물의 반응을 다룬다. 주인공 ‘린’은 포스터에 대고 ‘나쁘지만 다 하고 싶잖아!’라고 쓰고 있다. 중학교 또래 상담에서 ‘나쁘지만 다 하고 싶은 것’을 물어보니 ‘게임’이라는 답이 가장 많이 나왔다. 개인의 생각을 물었는데 사회적 인식을 말하고 있다.

프랑스 영화 <까밀 리와인드> 에 ‘나인홀드 니부어’의 기도문이 등장한다.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는 용기와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마음의 평정. 그리고 그 차이를 아는 현명함.’

주인공 ‘까밀’은 삶을 원하는 지점으로 리와인드(되감기) 해줘도 예전처럼 산다. 지시적 접근은 길잡이가 필요하다.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의 경계, 영화에서 찾아보자. /이승수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