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입지자들 간의 신경전이 시작됐다. 이슈는 농산어촌 소규모학교 통폐합 문제로 ‘맞짱 토론’ 제안까지 나왔다. 서거석 전 전북대 총장이 지난달 25일 기자회견을 통해 농산어촌지역 작은 학교의 통합 필요성을 주장한 것이 시발점이 됐다.
서 전 총장은 농산어촌 작은 학교의 상향식 통합, 통합학교 지원, 폐교의 공공적 활용, 도심 과밀지역 학교 신설 등을 제시했다. 다음날 이항근 전 전주교육장이 비판 논평을 냈다. 교육감 선거 출마 예정자가 발표한 첫 번째 정책이 농촌학교 통폐합이냐며 통폐합 대신 도심과 시골 학교를 공동 통학구로 묶어 함께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서 전 총장이 반격에 나섰다. 도시와 농촌을 공동 통학구로 묶는다고 도시 학생이 시골로 가겠느냐, 농촌 학생이 도시로 가면 농어촌학교 소멸이 가속화하고 도심 과밀학급이 심화될 것이라고 맞받았다.
이에 이 전 교육장이 서 전 총장에게 맞짱 토론을 제안했다. 맞짱 토론의 입지자간 득실을 따져볼 때 성사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향후 작은 학교 통폐합과 맞짱 토론 무산을 둘러싼 지루한 공방이 이어질 수도 있다.
두 사람의 공방은 내년 교육감 선거 구도의 축소판이나 다름없다. 입지자들의 면면을 보면 내년 교육감 선거는 진보·보수(중도)의 정치 성향과 교수·교사·교육행정가 등의 경력이 후보 선택의 기준이 될 전망이다.
간선제에서 주민 직선제로 첫 교육감을 선출한 2008년에는 후보의 정치 성향이 부각되지 않았다. 그러나 2010년부터 교육감 선거가 지방선거와 함께 실시되면서 진보와 보수(중도)의 대결로 치러져왔다. 주민 직선제 첫 교육감이었던 최규호 전 교육감은 중도 성향이었지만 뒤 이은 김승환 교육감은 진보 성향이었다.
민선 전북교육감은 모두 교수 출신이 당선됐다. 최규호 전 교육감은 전북대에서 농업경제학을, 김승환 교육감은 전북대에서 법학을 가르쳤다. 교육감 선거 입지자 가운데 교수 출신은 서 전 총장과 천호성 전주교대 교수 등 2명이다. 이항근 전 교육장과 차상철 전 전북교육정보연구원장은 교사출신, 황호진 전 부교육감은 교육행정가 출신이다. 이 가운데 이항근·차상철·천호성 등 3명의 입지자는 진보 성향, 서 전 총장과 황 전 부교육감은 중도 성향에 가깝다.
전국 17개 시·도 교육감 가운데 교수 출신은 서울·부산·경기·전북교육감 등 4명이다. 대전교육감이 교사와 교수 경력을 함께 갖고 있고, 나머지 12개 시·도 교육감은 초중고 교사 출신이다. 민선 6기는 교수 출신 7명, 교사 출신 9명이었고, 민선 5기는 교수 출신 6명, 교사 출신 9명이었다. 민선 6기와 5기에서도 교사와 교수 경력을 함께 가진 교육감이 1명씩 있었다.
중도냐 진보냐, 교수·교사·교육행정가냐. 입지자들의 자질과 능력, 그리고 앞선 교육감들의 재임기간에 대한 평가가 차기 교육감 선택의 잣대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