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전면 개방으로 인해 지구촌은 국가 간의 빗장을 열고 무한경쟁 시대를 맞았다. ‘식량 자원화’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세계 각국은 농산물 자급자족률 추이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머지 않은 미래에 닥칠 식량 전쟁에 대비한 마스터플랜과 단계별 세부 계획 등이 지금 심도있게 논의 중이다. 필자도 우리 밀을 사용하여 빵을 만들어 온지 13년이 흘렀다. 수입 밀을 쓰지 않고 조금 비싸더라도 우리 밀을 써야 농촌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신념 때문이었다.
농촌이 처한 환경과 피폐한 현실은 농가 수입에도 악영향을 미치면서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우리나라 곡물 자급률은 2017년 기준 23.4%를 기록해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쌀 자급률 100% 외에 콩·보리 20~30%, 옥수수 3%, 그외 곡물은 1% 남짓에 머물고 있는 게 현실이다. 고작 1% 대인 우리 밀을 갖고 힘겹게 씨름하며 지금까지 제과·제빵사업에 몰두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향후 산업적 측면에서 우리 밀 자급률을 어떻게 올려야 할지 소통과 고민이 절실한 시점이다.
미·소 중심의 탈냉전 시대 소련이 미국에 ‘자원의 보고’알래스카를 판 이유도 자명하다. 그 무렵 식량이 부족해 먹고 사는 게 최우선 과제인데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척박한 그 땅은 식량 자급률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2008년 세계적 곡물파동 여파에 따라 주변의 수많은 자장면 집과 제과점들이 고통을 겪은 경험이 있다. 당시만 해도 금융 위기까지 겹쳐 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들 가게들은 돈이 있어도 수입 밀가루를 구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굴렀다. 이 파동으로 인해 가게들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셔터를 내려야 하는 사태까지 번졌다.
필자는 그 때 마음 깊이 결심한 게 있다. 두 번 다시 이런 사태가 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는 생각으로 철저하게 대비했다.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가뭄과 홍수가 반복되면서 밀 자급률이 낮은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수입 밀을 쓰지 않는 것이 첫 번째 과제였다. 2008년 기준 0.3%에서 2019년에 1%로 소비량이 늘었다. 수입량은 2019년 약 400만톤으로 식용 240만톤, 사료 156만톤으로 한 해 우리나라 쌀 생산량과 맞먹는 규모였다.
그 때부터 수입 밀을 사용하지 않고 견뎌왔다. 그 과정에서 밀 산업육성법의 개정으로 이제는 공공 밀을 비축하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1%의 자급률로는 아직 불안하긴 매한가지다. 혹여 누군가 전량 구매하여 소각이나 종자를 소멸함으로써 밀 농사를 짓지 못하면 우리가 식량 주권을 포기하는 결과가 생길 수도 있다. 그런 일이 발생하지 없도록 2025년까지 자급률 10%인 40만톤 향상을 위해 우리 밀 상품을 적극적으로 애용해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만이 자원전쟁의 시대를 앞두고 식량 주권의 초석을 다질 수 있는 길이다.
요즘 한 가지 긍정적 변화는 우리 밀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개선됐다는 점이다. 먼저 수입 밀 제품에 비해 맛도 좋아지고 건강에도 비교적 유리한 요소를 갖췄다는 평가다. 특히 우리 것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국내에서 생산되고 소비되는 모든 제품은 우리 경제의 윤활유 역할을 담당한다. 소비자들이 국내산 제품 구매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강동오(㈜강동오케익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