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 청춘의 무덤을 조명하다

김정환 원광대 문예창작학과 3학년

김정환 원광대 문예창작학과 3학년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D.P.’가 연일 화제다. 수많은 언론사와 정치인들이 ‘D.P.’를 재조명하고 있고, 일상에서도 어디를 가나 ‘D.P.’ 이야기가 나오는 등 파급력이 실로 어마어마하다.

‘D.P.’는 군무 이탈 체포조(D.P.)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군대 드라마다. 군대 드라마라 하면 한때 엄청난 인기를 구가했던 ‘태양의 후예’가 떠오르지만, 그 작품과는 결이 다르다. 방영 이후 사관학교 경쟁률을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릴 만큼 군대에 대한 환상을 심어줬던 것이 ‘태양의 후예’라면, ‘D.P.’는 다들 알고 있지만 쉬쉬했던, 수면 아래에 침전되어 있던 군대 내 차가운 현실과 부조리를 비추고 있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남성이 군대를 가는 우리나라 특성상 많은 공감을 사면서 이목을 끌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군대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그리 좋지 않다. ‘D.P.’ 방영 이후 여론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SNS에 자신이 겪은 군대 부조리를 고발하는 움직임이 있는가 하면, 군대는 뺄 수 있으면 빼는 게 정답이라는 의견이 많이 보이기도 한다. 대체로 부정적인 의견이 지배적이고, 국방부를 향해 수많은 화살이 날아들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군대에 대해 쌓여오던 국민들의 불신이 이번 ‘D.P.’를 통해 점화된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욱 국방부장관은 “드라마에 나오는 내용은 극화된 부분이 분명히 있다”며 “지금은 많은 노력을 해서 병영문화가 많이 개선 중에 있고 전환되고 있다”는 해명을 하기도 했다.

정말 그 말대로 ‘D.P.’는 드라마일 뿐이고 군대는 바뀌어가고 있는 걸까. 지난달 8일, 충남 서산에서 군대 선·후임의 괴롭힘으로 인해 제대한 지 일주일 만에 한 남성이 극단적 선택을 했고, 지난 9일 SNS에는 해병대에 복무중인 한 병사가 선임병 4명에게 복부 가격, 인격 모독, 시가잭으로 팔을 지지는 등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지난 6월 18일에는 선임병에게 구타, 폭언, 집단따돌림을 겪던 해군 소속의 한 병사가 휴가 도중 극단적 선택을 했고, 지난 5월과 8월에는 공군·해군·육군에서 잇따라 성추행 피해가 나오기도 했다. 군대가 비록 옛날에 비해 좋아졌고 지금도 개선 중에 있다고는 하지만, 이러한 사건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을 미루어 보아 ‘D.P.’를 단순히 드라마로만 받아들여서는 안 될 일이다. ‘D.P.’에서 비춰지는 군대의 참혹한 현실과 고통을, 누군가는 지금도 현실로 마주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병영문화 개선 및 군 인권 신장은 곧 강한 국방력과 직결된다. 국가가 존속하기 위해 강한 국방력이 필수불가결하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고, 이는 이번 아프간 사태를 통해 여실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방력은 세계 6위로 꽤 높은 위치에 자리하고 있으나 ‘D.P.’로 인해 밝혀진 군대 내 여러 문제점과 국방부를 향한 국민들의 불신을 생각해보면 여전히 갈 길이 멀어 보일 따름이다. 군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이 날로 날카로워져만 가는 지금, 국방부는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야 할 것이다.

조직의 특성상 군대라는 곳은 하루아침에 바뀔 수 없다. 필자 또한 군대를 다녀왔기에 잘 알고 있고,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다. 지난 2014년, 전 국민을 분노케 했던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과 김 일병 총기 난사 사건. 그 이후로도 누군가의 아들이 죽어가고 있다.

이제는 좋아졌다는 망각의 유령과 싸우기 위해 만들었다는 ‘D.P.’ 원작자의 말처럼, 비록 더딜지라도 착실하게 변화를 꾀해 군대가 더 이상 청춘의 무덤이 아닌 청춘을 바칠 만한 가치가 있는 곳으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정환 원광대 문예창작학과 3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