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출렁이는 만경창파(萬頃蒼波)를 꿈꾸며

허전(전라북도 환경녹지국장)

허전(전라북도 환경녹지국장)

국가하천인 만경강은 길이 80.8㎞, 유역면적 1569㎢에 이른다. 과거 만경강은 아름다운 풍광과 천년역사를 배경으로 만경낙조(萬傾落潮), 백구풍월(白鷗風月), 비비낙안(飛飛落雁) 등 8경을 자랑했다. 그러나 지금의 만경강은 안타깝게도 하천유지용수가 부족해 수질 악화와 생태계 훼손으로 옛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이는 일제강점기, 대아저수지와 경천저수지의 물줄기가 합류하는 고산면 어우리에 어우보(於牛洑)가 설치되고 상류에서 내려온 물이 만경강 본류를 이용하지 않고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대간선수로를 따라 군산시 옥구면 옥구저수지로 흐르면서부터 시작되었다. 특히, 본래의 목적인 농업용수뿐만 아니라 일부 생활·공업용수까지 취수하여 사용함으로 인해 만경강은 갈수기에는 물이 말라 바닥을 드러낼 정도로 유량부족이 심각하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며, 우리 전북의 주요 수원인 만경강의 수질개선과 건강성 회복은 도민 삶의 질과 직결된다. 이것이 만경강을 다시 힘차게 흘러가도록 살려내야 하는 이유다.

만경강 수질개선과 생태계 회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유량 확보가 관건이다. 우리지역에는 용담댐이라는 1급수 용수가 있다. 용담댐 건설로 당시 진안군 6개 읍면 68개 마을이 사라졌고, 2864세대 1만2616명의 주민들이 고향을 떠나는 아픔과 희생이 있었다. 바로 우리지역의 물부족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유량이 넉넉한 용담댐이 지척에 있음에도 용담댐 기본계획에 따라 용담댐에서 하천유지용수는 금강본류에만 공급할 수 있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환경녹지국장으로 부임한 올 1월부터 농어촌공사, 홍수통제소, 수자원공사, 환경부, 시·군, 만경강 현장 곳곳을 찾아다녔다. 진심이 통했을까. 다행히, 환경부에서 만경강의 심각한 유량부족 문제를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나서주었다. 여러 날의 논의결과 함께 대안을 마련하고 지난 8월 23일, 환경부, 수자원공사, 전라북도, 만경강유역 4개 시·군이 한자리에 모여 만경강 살리기 비전을 공유하고 ‘만경강 살리기 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으로 그간 농업용 저수지에 의지하던 일부 생활·공업용수의 취수원을 용담댐으로 전환하여 깨끗한 물을 공급받을 수 있게 하고, 용담댐에서 만경강으로 하천유지용수를 공급할 수 있게 되었다.

이로써, 하루 평균 9만톤에 불과했던 만경강의 유량은 최대 52만톤까지 늘어난다. 풍부한 유량과 깨끗한 수질로 되살아나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생태문명의 선도모델로 성장해갈 만경강의 미래를 향해 크게 한걸음 내딛은 것이다.

앞으로 만경강은 새만금까지 힘차게 흘러가 새만금 수변도시의 완성도를 높이고, 멸종 위기 황새와 국내 고유종인 눈동자개 등 다양한 생물 종의 서식처가 될 것이다. 또한, 과거 백만 개의 이랑이 모여 흐르는 맑고 푸른 강, 삶과 이야기가 넘치는 문화물길, 만경창파의 모습이 재현될 것이라 확신한다. 이를 위해 구체적인 만경강의 비전과 마스터플랜을 조속히 수립하고, 각 기관이 힘을 모아 협약을 차질없이 이행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용담댐에서 400㎞를 돌아 부여석성·금강하구에서 취수하여 군산·새만금산업단지에 공급하는 공업용수도 만경강에서 직접 취수하여 공급하도록 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다시 힘차게 출렁이는 만경창파를, 만경강의 미래를 도민들과 함께 꿈꾸며 또 한발 내딛는다. /허전(전라북도 환경녹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