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팀 정신으로 해야 할 일

김영곤 논설위원

삽화 = 정윤성 기자

홍준표 후보가 최근 지지율 상승으로 기세를 올리다 전북에 와서 역풍을 맞았다. 전북의 사위로 자처한 그는 새만금 신공항 건설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가 도민들의 강한 반발에 부닥쳐 호된 곤욕을 치렀다. 득표 활동을 위해 방문한 대선 주자 입장에서 핵심 현안을 지역 정서와 달리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깜짝 놀랐다. 전북의 존재감과 영향력이 그 만큼 쪼그라 드는 현실 앞에 무력감을 느낀다. ‘전북 패싱’ 의 이런 움직임은 오래 전부터 감지됐다. 특히 다른 시도와 경쟁하는 국가사업 선정에서 노골적인 경향을 드러내 충격적이다. 자칫 전북이 샌드위치 신세가 되지 않을까 걱정부터 앞선다.

설상가상으로 공공기관 전북 이탈도 심각한 편이다. 조직 역량을 강화한다고 기존에 있던 사무실을 광주 전남이나 충남으로 흡수 통합하고 있다. 작년 기준 호남권 기관 55개 중 46군데가 광주 전남에 몰려 있다, 이 가운데 전북에 지사 또는 출장소 조차 없는 곳이 20여 개다. 민간기업 추이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전북 국회의원 역할과 책임론을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6월 국가 철도·도로망 계획에서도 전북 현안들이 줄줄이 누락돼 도민 분노를 자아냈다. 특히 부안과 고창을 잇는 노을대교는 17년 만에 실마리가 풀리는 등 아픔을 겪기도 했다. 선정 과정에서 정부와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다른 시도 정치권의 집요한 공세와는 달리 전북 대응은 의외로 차분했다고 한다.

전북 현안을 바라 보는 국회의원 시각도 달라져야 할 때다. 지난 주 중단된 지 4년이 넘은 군산 현대조선소 사태와 관련 책임 추궁과 함께 재활용 방안이 나와 주목을 끌었다. 설경민 시의원이 재가동 약속을 지키지 못한 신영대 의원을 질타하면서 새로운 대안으로 대형선박 수리전문 조선소를 제안했다. 그의 이같은 아이디어도 접점을 찾지 못하고 답답한 흐름이 계속되자 고육지책 일환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이 문제가 지역 국회의원 한 사람이 나서 해결될 사안도 아니다. 이는 군산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북 현안이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 오너인 정몽준씨와 정부 관계부처를 상대로 지역 국회의원 전원이 싸워도 쉽게 장담할 수 없는 난제다.

남원 공공의대는 원팀 실종의 최악 사례다. 정부에서 2024년 남원 개교를 못 박고 국회 상임위 민주당 통과 의석까지 확보한 상태에서도 끝맺음을 못해 원성을 사고 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에 지친 간호사 파업으로 공공의료 인력 확충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된 상황이다. 이와 함께 새만금 국가사업 엇박자도 논란이다. 툭하면 인접 시군의 지역 이기적인 주도권 다툼이 불거지면서 전북 미래를 망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런 지역 현안들은 자치단체장·지방의원도 힘을 보태야 하지만 결국엔 국회의원이 총대를 메야 할 문제다. 어쩌면 이럴 때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 숙제를 풀어 달라고 선거 때 주민들이 뽑아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