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과 송편

한은주 한국폴리텍대학 강서캠퍼스 외식조리과 조교수

한은주 한국폴리텍대학 강서캠퍼스 외식조리과 조교수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세시풍습이 발달했다. 이는 사계절, 농경사회, 종교문화와 깊은 관계가 있다. 특히, 불교와 유교의 영향으로 조상에게 예를 올리는 것이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농경사회가 절기 변화를 지혜롭게 받아들여 명절을 정하고 그에 따른 제철음식이 발달했다.

입추와 말복이 지나고 어느덧 아침 바람에 쌀쌀함이 감돈다. 높은 하늘이 가슴을 시원하게 하는 천고마비의 계절을 직감한다. 가을은 좋은 날씨만큼이나 많은 먹거리를 쏟아내 사람은 물론 말까지 살찌게 하는가 보다.

가을엔 먹거리가 풍부한데 특히 추석에 그렇다. 음력 8월 15일 추석은 가배·중추절·한가위라고도 불리며 올해는 오는 21일이 그날이다. 알다시피 추석은 조선시대 설날·한식·단오와 함께 4대 명절에 들었다. 설날 다음으로 커 2대 명절에 꼽혔다.

추석이 되면 논과 밭의 오곡이 여물고 각종 과일이 다 익는다. 그 해 기후에 따라 오곡을 거두는 시기는 해마다 약간씩 다르다. 하지만 대체로 추석을 전후해 추수가 이뤄진다. 풍년이 아니더라도 가을걷이가 집중되는 추석만큼은 더없이 풍성하다. 추석이 즐거운 이유다.

추석에는 가을걷이한 식재료가 풍부해 음식 또한 다양해진다. 조선조 <열양세시기> 에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표현이 있다. 한가위에 우리는 갓 수확한 햇곡식, 햇과일을 차려 조상께 감사하는 제사를 지냈다.

<동국세시기> 를 보면 햇과일로는 사과 배 밤 대추 감 등이 있다. 강강술래 거북놀이 가마싸움 소놀이 줄다리기 씨름 등의 민속놀이를 하면서 추석 절식(명절음식)인 송편 시루떡 인절미 밤단자 화양적 배숙 토란탕 송이구이 등을 즐겼다.

예나 지금이나 추석 절식의 대표 음식은 송편이다. 송편에는 노비송편, 오색송편, 통과의례송편 등 여러 종류가 있으며 종류별로 각기 다른 의미가 숨어 있다. 노비송편에는 음력 2월 1일 노비일로 정해 새해 농사에 수고해 달라는 의미로, 통과의례송편은 책례 시에 스승과 동료에게 감사의 의미로 내던 떡이다. 속이 꽉 차거나 빈 오색송편에는 ‘뜻을 넓게 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우리 조상들이 추석 절식으로 먹는 송편은 ‘오려송편’이었다. 이 이름에는 ‘올벼’ 즉 일찍 여무는 조도미를 거두어 빚은 송편이란 뜻이 담겨 있다. 추석에는 오곡의 타작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조도미를 거두어 오려송편을 만들어 먹었다. 오려송편은 햅쌀가루를 익반죽하고 청대콩, 햇밤을 소로 넣어 예쁘게 빚었다. ‘예쁘게 빚어야 예쁜 딸을 낳는다’며 딸들에게 송편 빚는 법을 가르치기도 했다 한다.

송편을 찔 때에는 서로 달라붙지 말라고 솔잎을 사용했다. 현대과학으로 분석해 보면 솔잎의 은은한 향을 배게 하고, 솔잎이 발산하는 피톤치드 성분을 송편에 스며들게 해 방부제 역할을 하게 했던 지혜로 보인다.

음식의 고장 전주의 송편을 보자. 전주에선 전통적으로 송편에 쑥 대신 모싯잎을 넣어 쫄깃거리고 맛이 출중한 모싯잎송편을 빚어 먹었다. 모싯잎송편을 쪄낸 후엔 물에 담그지 않고 대신 참기름을 발랐다. 서로 달라붙지 않고 윤기가 좋아져 군침을 확 돌게 하는 효과를 내기 위해서다.

송편의 조리법이 기록된 <원행을묘정리의궤> 라는 궁중의궤에는 오늘날처럼 콩·대추·밤 등을 소로 넣거나 육류·채소 같은 소를 넣었다고 전한다.

다가오는 추석에는 송편을 꼭 만들어 보자. 그러면서 깨소·콩소·견과류소 등등 어떤 것을 넣을 지 건강을 위해 고민을 해 보자. /한은주 한국폴리텍대학 강서캠퍼스 외식조리과 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