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유행을 겪으며 전 세계는 기후변화를 ‘체감’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말이 아닌 행동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기후변화에서 파생된 탄소중립 그리고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재생에너지 확대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됐다. 전북도 역시 ‘위기를 기회로’ 삼아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산업지도를 그려나가고 있다. 지난 1년간 이뤄낸 성과들을 되짚어본다.
지난 1년간 전북의 현안사업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진척을 보인 분야는 새만금사업이라 할 수 있다. 새만금은 SOC(사회간접자본) 구축을 통해 하늘길(국제공항), 바닷길(항만), 땅길(철도)이 연결된 트라이포트(Tri-Port) 물류체계를 완성해 나가고 있다. 특히 새만금의 첫 도시인 수변도시가 첫 삽을 뜨며 새만금 내부개발이 본격화되고 있다.
도가 그리는 새로운 산업지도는 내부개발이 본격화된 새만금에서 출발한다. 새만금을 재생에너지 메카로 조성하겠다는 것. 이와 관련 SK컨소시엄은 새만금의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산업지도 변화의 중요한 한 축인 전기차 산업은 군산형 일자리로 본격화되고 있다. 기존 내연기관 중심의 자동차 산업지도는 전기차, 수소차 중심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이런 점에서 명신과 에디슨모터스 등이 참여하는 군산형 일자리는 한국GM이 떠난 전북 자동차 산업의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켰다고 평가할 수 있다.
새만금 트라이포트 구축…첫 도시 ‘수변도시’
새만금 트라이포트는 공항과 항만, 철도를 뜻한다. 새만금 트라이포트를 포함한 주요 SOC는 지난해 말 새만금 동서도로 개통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궤도에 올랐다.
지난해 11월에는 새만금 서쪽 신항만과 동쪽 새만금~전주고속도로를 잇는 내부 간선망인 새만금 동서도로가 개통하며 본격적인 새만금 내부개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왕복 4차로 20.4㎞에 달하는 동서도로는 새만금 접근성 향상이라는 기능적인 측면은 물론 새만금에 최초로 개통되는 내부 간선도로라는 상징적인 의미도 매우 크다.
또 새만금 남북도로는 2023년 세계잼버리대회 이전 개통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남북도로는 6~8차로 27.1㎞에 이른다. 1단계인 3·4공구는 2022년 준공, 2단계인 1·2공구는 2023년 준공을 앞두고 있다.
이밖에 2019년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의 성과를 낸 새만금 국제공항, 예타 조사 대상에 선정된 새만금항 인입철도, 규모가 확대되고 재정사업으로 전환한 새만금 신항만 등 전기를 마련한 트라이포트 물류체계도 잰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새만금 국제공항은 올해 국토교통부 제6차(2021~2025) 공항개발종합계획(안)에 공사기간 단축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내용이 반영되며, 착공과 개항 시기가 앞당겨질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도는 새만금 국제공항 추진방식이 설계와 시공을 일괄 수행하는 턴키방식으로 적용되면, 설계기간이 단축돼 2022년 하반기 착공, 2028년 개항인 당초 국토부 계획보다 1년 이상 개항 시기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새만금 수변도시는 국제협력용지 서쪽에 6.6㎢(200만평) 규모로 들어서고 거주인구 약 2만 5000명의 자족 도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새만금개발공사는 총사업비 약 1조 3000억 원을 투입해 2024년까지 용지 매립과 부지 조성을 완료할 계획이다.
새만금개발청과 새만금개발공사는 새만금의 강점인 내호와 외호가 어우러진 수변의 친환경적인 특성을 최대한 반영하고, 도시 내 3개의 호수와 도심을 관통하는 수로를 설치하는 등 수(水) 공간의 활용성을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또 수변도시 전체를 중·저밀도로 계획하고 도시기능을 창의문화지구, 생태주거지구 등 7개의 거점구역으로 구분하고 각 거점을 공원·녹지 축으로 연결하는 등 거주민에게 쾌적한 정주 환경을 제공할 예정이다.
새만금을 재생에너지 메카로…SK컨소시엄 2조 원대 투자
정부는 지난 2018년 10월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 선포식에서 전북을 세계 최고의 재생에너지 메카로 조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지원을 약속했다. 탄소배출 감축 의무가 있는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이와 관련 도는 재생에너지 시장 창출을 위해 새만금 내측에 세계 최대 규모인 3GW급 태양광 발전단지와 군산 인근 해역에 GW급 해상풍력단지를 조성하기로 했다.
이후 지난해 11월 도는 SK컨소시엄과 데이터센터 유치 및 창업클러스터 구축을 골자로 하는 2조 원대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SK컨소시엄은 2029년까지 1조9700억 원을 투자해 산단 5공구에 세계 최고 수준의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관련 투자를 유지해 새만금을 아시아 데이터센터 허브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한국 기업 최초로 RE100(사용하는 에너지를 모두 재생에너지로 조달)에 가입한 SK그룹이 새만금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것은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새만금 재생에너지의 가능성을 인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SK컨소시엄은 산단 2공구에 공동체(커뮤니티) 역할을 하는 복합도서관을 기반으로 총 3만3000㎡의 창업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300여 개의 기업 유치, 2만여 명의 고용 창출 등 데이터센터와 창업클러스터를 통한 파급효과는 20년간 8조 원 이상으로 예상된다.
군산형 일자리 본격화…자동차산업 구조 전환
올해 2월 정부는 군산형 일자리 사업을 정부 상생형 지역일자리로 선정했다. 지난해 6월 광주, 10월 경남 밀양·강원 횡성에 이은 네 번째 지정이었다.
군산형 일자리는 명신 등 4개 완성차 업체와 1개 부품 업체가 2024년까지 총 5171억 원을 투자해 전기 SUV, 전기 트럭, 전기 버스 등 24만 대를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군산형 일자리 사업 지정으로 참여기업은 정부와 자치단체로부터 3400억 원 규모의 인센티브를 지원받게 됐다.
군산형 일자리 참여기업인 명신은 지난 6월 군산형 일자리 생산 1호 차인 다니고 VAN을 출고하며 본격적인 전기차 생산을 알렸다. 이어 지난 8월에는 에디슨모터스가 군산공장을 준공했다. 에디슨모터스는 올해 대·중형 전기버스 150여 대와 전기트록 2000여 대를 생산하는 등 2023년까지 총 2만 5550대를 생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