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그 시를 읽고 나는 시인이 되었네

전북대 이종민 명예교수 시인 41명 쓴 시평 엮어
김용택 · 안도현 · 나희덕 등 거장부터 중견까지
문학적 성장 영향끼친 시 두고 사연 해설 곁들여

“스무 살 무렵 백석의 시를 처음 읽었다. 전공 교재 속에 들어있던 ‘모닥불’이었다. 그 때부터 나는 백석의 시를 찾는 대로 필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짝사랑이었다.”

(안도현 자작나무의 눈부신 살갗-‘백석의 백화’ 중)

시를 좋아하고 문학을 사랑하는 독자들의 눈길을 끌만한 책이 나왔다.

이종민 전북대 명예교수가 최근 펴낸 <그 시를 읽고 나는 시인이 되었네> (모악)다. 책에서는 현 시대를 대표하는 시인 41명이 남몰래 간직해 온 운명 같은 시를 소개한다.

김용택·손택수·안상학·안도현·유용주·나희덕·이시영·천양희·김사인·김해자·이동순·정희성·이하석·박남준·송재학·복효근·정호승 등 거장부터 중견에 이르기까지 여러 시인이 참여한다.

이들처럼 웅숭깊은 시 세계를 구축해온 시인들을 매혹시킨 시는 무엇일까.

그만큼 시인들이 소개하는 시는 참 다양하다. 인생 어느 한 순간 자신의 가슴속에 자리잡은 시, 영혼을 뒤흔든 시, 시적 영감을 제공한 시, 문학적 성장에 영향을 끼친 시 등이다.

시인들은 이런 시를 놓고 자신만의 해석을 곁들이고, 특유의 서정적 문장으로 소개한다. 이 때문에 책은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그리운 사람이 보내온 손편지 같은 감동을 선사한다.

서문을 쓴 최원식 문학평론가(인하대 명예교수)는 “이 책의 본령은 시인과 특정 시와의 극적인 해후의 순간을 포착한 데 있다”며“그 스파크로 숨은 시인이 깨어나는 과정이란 마치 매미가 허물을 벗는것처럼 신비롭다”고 했다.

완주 화산 출신인 이종민 전북대 명예교수는 서울대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해군사관학교 교관, 미국 플로리다주립대학 교환교수, 서울대학교 교류교수 등을 역임했다. 전북대 인문대학장, 국공립대학교 인문대학학장협의회장, 전북대 인문역량강화사업추진단장을 지냈으며, 현재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이사장, 호남사회연구회 이사장, 천년전주사랑모임 상임이사, 완주미래발전위원회 위원장, 완주문화도시추진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그래, 너희 뜻대로 해라?(황금가지, 공저), <달궁 가는 길: 서정인의 삶과 문학> (서해문집, 편저), <이종민의 음악편지: 음악, 화살처럼 꽂히다> (서해문집)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