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탑에서 달리는 말이 나와요. 하늘에 불상도 떴어요. 하늘과 탑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아요.”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익산 미륵사지에서 펼쳐진 미디어아트쇼에서 시민들의 환호성이 연거푸 터져 나왔다.
미륵사지석탑을 스크린으로 활용하고 250대의 드론을 띄워 다채로운 빛과 형상, 음향 등 첨단 디지털 기술로 백제 무왕의 일대기와 미륵사 창건 설화를 구현해 내면서, 시민들에게 힐링의 시간을 제공한 것은 물론 익산이 가지고 있는 세계유산의 가치를 널리 알리며 방문객들에게 추억과 감동을 선사했다.
‘찬란한 시간을 맞이하다’라는 주제로 9월 3일부터 진행되고 있는 행사는 ‘가을밤, 의미 있는 가족 나들이’, ‘새로운 시도에 감동’, ‘기대 없이 갔다가 힐링’ 등 시민 호응이 이어지고 있다.
25일 오후 8시 미륵사지 미디어아트쇼 현장.
총 4회 중 마지막 드론쇼가 펼쳐진 이날 역시 가족·연인 단위 발걸음이 이어지며 당간지주 주위와 회랑지가 가득 찼고 코로나19 거리두기로 인해 석탑 가까이 자리하지 못한 이들은 연못 주변에서 공연을 관람했다.
총 5장으로 구성된 미디어파사드에서는 종횡무진 동·서탑을 오가는 용과 천둥·번개 소리가 서동(백제 무왕)의 탄생을 알렸다.
또 여인의 형상과 별빛, 파티클, 노래 등이 서동과 선화공주의 러브스토리를, 말을 타고 달리는 백제 무왕의 모습과 천둥·번개, 용의 실루엣, 웅장한 음악 등이 백제의 영웅을 형상화하면서 탄성을 자아냈다.
특히 드론 250대가 만들어 낸 미륵삼존, 사리장엄구, ‘백제왕도 익산’ 문구 등이 동·서탑 사이에서 솟아오를 때마다 관람객들의 환호성이 이어졌다.
익산이 가지고 있는 역사문화유산과 첨단기술이 어우러져 빛으로는 눈이, 음악으로는 귀가 즐거운 다채로운 콘텐츠가 환상적인 광경을 연출해 내며 시민 힐링은 물론 향후 역사문화관광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이날 가족과 함께 미륵사지를 찾은 송태양군(11·모현동)은 “드론에 불빛이 나게 해 이용하고 드론이 움직이면서 여러 형상을 만들어 낸 것이 재밌고 신기했고, 미륵사지석탑에서 용, 선화공주, 서동왕자, 사리장엄구가 나와서 탑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다”면서 “오늘 생일이라 아빠가 재밌는 공연 보여준다고 했는데 신나는 생일선물을 받은 것 같아 너무 좋다”고 말했다.
다른 시민 장모씨(47·동산동)는 “사실 많은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아이들도 너무 좋아하고 어른이 보기에도 평점 별 다섯 개가 충분한 것 같다”면서 “10분이라는 시간이 너무 짧아 아쉽다고 느껴질 정도로 좋은 추억이 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