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만에 골프장 등록문서 받아 든 전주 샹그릴라CC 최영범 회장

버리지 않고 지켜준 농협에 감사

전주 샹그릴라CC가 지난달 말 전북도로부터 골프장 정식 등록 문서를 받았다. 도내 등록된 골프장이 30개에 육박할 정도로 골프장이 넘쳐나는 상황이지만, 전주 샹그릴라CC의 골프장 등록은 또 하나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실질적으로 지역의 중추 골프장 역할을 해왔음에도 개장 이후 각종 송사에 휘말린 데다 한 때 등록 취소까지 받는 낭떠러지에서 올라섰기 때문이다. 골프장 건설부터 등록까지 40년이 걸린 골프장은 전국적으로도 찾기 힘들다. 골프장 하나에 모든 걸 건 최영범 전주 샹그릴라CC 회장(72)의 감회는 남다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를 만나 골프장 정상화까지 과정과 향후 운영계획을 들어봤다.

전주 샹그릴라CC 최영범 회장이 골프장 내 50만평 부지에 리조트 사업 승인으로 골프와 함께 워터파크, 눈썰매장 등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레져단지 계획의 뜻을 전하고 있다. /사진 = 오세림 기자

-골프장 건설부터 정식 등록까지 왜 이리 오랜 시간이 걸렸나.

“우여곡절이 많았다. 90년 사업계획 승인을 받고도 착공에 들어가기까지 6년의 시간을 허비했다. 당초 현재 위치가 아닌 월성리 저수지 부근 60만평을 400억원에 구입해 임실군 허가를 받았는데 대법원에서 개발부적격지로 판단하면서다. 당시만 해도 골프장을 특권층 이용 시설로 보고 지역개발사업으로 보지 않은 것이다.

등록기준을 맞추지 못한 데는 잦은 법 개정 문제도 있었다. 개장 당시 시범라운드를 하게 되면 등록으로 간주한다고 해서 160억원의 세금도 모두 납부하고 영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를 인정하지 않아 행정소송도 했으나 인정받지 못했다. 허가 당시 없었던 9홀 대중홀을 새로 만드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금 같으면 곧바로 해결할 수 있을 문제지만 골프산업이 침체된 상황에서 확장이 쉽지 않았다.”

-골프장 정상화까지 겪었던 여러 어려움이 법과 행정의 문제로 여기는 것 같은데.

“기본적으로 내 자신 경험이 없어 시행착오를 겪었다. 행정 당국도 우리 골프장이 안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그간 다뤄본 경험과 전문성이 떨어져 선도적 역할을 해주지 못한 점은 아쉽다. 그럼에도 이번 정식 등록이 이루어지기까지 전북도와 임실군 지원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골프장의 오늘이 있기까지 가장 어려웠던 점이라면.

“지금이야 골프장이 지역경제에 효자역할을 하는 것으로 여기지만 우리 골프장을 건설할 때인 90년대 초만 해도 비판적으로 바라봤다. 그 때문에 결과적으로 골프장 부지 매입을 두 번이나 해야 했다. 대기업도 아닌 중소기업에서 은행 돈을 빌리지 않고 부지 비용만으로 1000억원대를 투자했다. 그것도 IMF 시기다. 경험 없이 초기 자본투자를 많이 한 것이 이후 경영에 큰 부담을 줬다.”

-처음 어떻게 골프장 건설에 관심을 갖게 됐는지.

“30대 젊었을 때 광산으로 큰돈을 벌었다. 국내에서 가장 큰 김제 금구 막장에서 금을 캐 얻은 수익은 국내 광산업계에서 손꼽을 정도였다. 80년대 초만 해도 골프 치는 사람이 거의 없었던 시절, 돈도 있고 해서 자연스럽게 골프 운동에 취미를 붙였다. 당시 전북에 프로 골퍼가 1명도 없어 경기도 강사를 모셔 레슨을 받았다. 전북 대표선수에 발탁되기도 했다. 내 자신 골프에 대한 매력을 느끼면서 골프산업의 미래를 보고 골프장 건설에 뛰어들었다. 당시만 해도 전북에서 골프장이 익산 한 곳이었고, 대전과 충남도 1곳뿐이었다.”

-코로나19로 골프장이 문전성시다. 골프산업의 미래를 어떻게 보나.

“골프 대중화와 함께 골프장 건설이 급증했다. 골프장 경쟁 속에 골퍼들이 외국으로 많이 나가고 사업적으로 내리막길에 들어서면서 홀을 줄이는 등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국내 골프장들의 위기를 극복하게 해준 게 박세리였다. 그의 미국 LPGA 우승 이후 골프 붐이 일면서 골프인구가 대폭 늘었다. 코로나와 상관없이 최근 몇 년 사이 골프 대중화가 급속히 이뤄졌다. 특히 요즘 골프장마다 20~30대가 주류를 이룰 만큼 젊은 층 골퍼들이 급증하면서 관련 산업까지 크게 발달하고 있다. 골프의류가 패션도 주도할 정도가 되지 않았나.”

-정식 등록이 이제 이루어졌지만, 실제 오랫동안 영업을 해왔다. 전주 샹그릴라CC가 지역에 어떻게 기여했는지.

“골프장이 지역경제에 많은 도움을 줬다고 본다. 지금까지 우리 골프장이 국세와 지방세로 낸 세액만 1000억원에 이른다. 전북지역 연간 세액 1위로 세수표창을 받기도 했다. 임실군 전체 법인을 다 합친 것보다 많게 지방세를 냈다. 여기에 골프장의 고용창출도 크다. 현재 우리 골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가 웬만한 중소기업보다 많은 200명이다.”

 

전주 샹그릴라CC 최영범 회장 /사진 = 오세림 기자

-연간 10만명이 찾을 정도의 명문골프장으로 발돋움했다. 전주 샹그릴라CC의 매력을 자랑한다면.

“명문골프장 조건으로 흔히 ‘3무’를 이야기 한다. 도로·철탑·악취다. 우리 골프장에서 도로가 안 보이고, 전선주가 없다. 옥정호상수원 보호구역이 인근에 자리잡아 공장이나 축사 등에서 나오는 냄새가 없다. 맑은 공기를 찾아 수도권 등에서 선호도가 높다. 명문 골프장의 주요 조건인 잔디관리와 코스, 직원서비스도 잘 갖췄다고 본다. 350고지에 있어 여름철 시원하고, 전주에서 가까운 위치에 있는 점도 강점이다.”

-코스 설계를 어떻게 했으며, 골퍼들의 평가는 어떤지.

“코스 설계가 잘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반적으로 평이하고 쉬우면 두 번 다시 잘 찾지 않는다. 프로 선수와 젊은층이 많아지면서 어려운 코스가 인기다. 설계 당시 프로와 아마추어까지 즐길 수 있게 난이도를 적절하게 배합했다. 긴 코스와 짧은 코스를 배합하고, 해저드와 벙커를 조절했다.”

-정식 등록과 함께 골프장 운영에 변화가 있나.

“현재 회원제에 대중제로 전환 중에 있다. 외지인들도 많지만, 기본적으로 전북 골퍼들의 이용률이 높다. 요금 등에서 무리하지 않도록 해 도민들이 건강하고 즐겁게 골프장을 많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 골프장이 정상화 된 만큼 골프 새싹들에 대한 후원 등 여러 방법으로 지역 골프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길도 적극 찾아보겠다.”

-골프장과 함께 향후 리조트 개발도 계획하고 있는데,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가.

“골프장 건설 당시 계획했던 게 리조트사업이다. 최근 전북도로부터 사업 승인을 받아 CJ건설과 협약을 체결하고 설계 중에 있다. 골프장 내 50만평 부지에 호텔과 수영장, 워터파크, 눈썰매장 등의 레저시설을 계획하고 있다. 약 2000억원 투자를 예상하고 있다. 광주·대전에서도 자동차로 1시간 거리여서 리조트가 조성되면 골프장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본다.”

-끝으로 하고 싶은 한 말씀.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골프장이 정상화 될 수 있었던 데는 행정과 언론, 지역사회의 성원 덕분으로 생각한다. 특히 골프장 건설 때부터 프로젝트 파이낸싱으로 참여한 이후 워크아웃이라는 큰 난관에 부딪혔음에도 골프장을 믿으며 버리지 않고 끝까지 지켜준 농협에 감사를 드리고 싶다.”

 

전주 샹그릴라CC 정상화까지

 

전주샹그릴라CC는 임실군 신덕면 갈마봉 계곡을 따라 이어진 27홀 코스를 갖춘 전주권 골프장이다. 최영범 회장이 고향 인근인 이곳에 부지를 마련해 골프장을 조성했다. 1989년 사업 허가를 받을 당시 전북지역 골프장은 익산 팔봉CC가 유일했다. 최 회장이 골프장 건설에 일찍 눈을 뜬 셈이다. 그러나 처음 45홀 규모로 허가를 받은 뒤 사업변경을 통해 36홀로, 다시 27홀로 준공 등록한 것이 이 골프장의 험난한 역사를 말해준다.

실제 골프장 정상화까지 과정을 보면 말 그대로 험로였다. 부지구입부터 벽에 부딪혔고, IMF 때 자금난에 시달리며 공사가 중단되는 등 공사 착공 10년만에야 준공을 할 수 있었다. 이후에도 미등록 상태로 영업을 하다가 3차례 고발조치가 되기도 했고, 사업부지내 국·공유지 귀속과 사유지 매입 완료 등을 조건으로 조건부 등록을 했으나 이를 해결해지 못해 2015년 등록 취소 결정을 받아야 했다. 회사 측은 행정소송에서도 패했으나 최근 조건부 등록 조건을 충족시키면서 기사회생 하게 됐다.

최영범 회장은 30대에 뛰어든 골프장 사업을 70 나이를 넘겨 이렇게 완성시킨데 자부심을 갖는다. 광산과 골프장 모두 초기 자본이 많이 드는 까닭에 그 성공이 쉽지 않은, 이 두 가지 마음먹은 사업을 성공시켰다는 점에서다. 한 번 마음먹으면 끝까지 가는 성격이어서 별명이 불도저란다. ‘현대 정주영 회장보다 더 민다’는 게 주변인들의 그에 대한 평가다. 골프장을 본궤도에 올려놓은 최 회장이 세 번째 사업으로 마음먹은 리조트 사업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이끌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