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일보 리더스 아카데미 8기 2학기 4강] '공공안전과 법의학' 이호 전북대 교수

전북일보 리더스아카데미 제8기 2학기 4강의가 열린 지난 7일 전북일보사 공자아카데미 화하관에서 전북대학교 이호 교수가 '공공의 안전과 법의학'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사진 = 조현욱 기자

“법의학자는 소리 없는 음성을 듣는 자가 돼야합니다. 저는 사체들을 환자라 생각하고 엄격하게 진료합니다. 생물학적으로 그들은 생이 종료됐지만 제가 진료를 끝내고 판단을 내려야만 사회적 삶이 비로소 끝나기 때문입니다”

7일 전북일보사 2층 우석대 공자아카데미 중국문화관 화하관에서 열린 리더스 아카데미 제8기 2학기 4강에 공공안전과 법의학이라는 주제로 강연에 나선 전북대학교 이호 교수는 “우리나라의 사인불명은 인구 10만명당 100.4명으로 헝가리 1.6명, 미국 12.5명에 비해 너무 많다”며 “국가가 사망등록을 허술하게 관리하면서 죽음에 대한 규명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어로 포렌식 메디슨(forensic medicine)을 뜻하는 ‘법의학’은 법정에서 필요한 의학이다. 법률상 문제되는 부분을 의학적으로 밝힌다. 법의학자는 사망한 사람을 대하고 사망 원인과 경위를 분석한다는 점에서 일반 의사와 차이가 있다.

국내 법의학자는 현재 60여명에 불과하다. 법의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의사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 이후 4년간 전문의 과정을 마치고 다시 법의학 교수 밑에서 박사과정을 밟아야 한다. 법의학 전공자들의 진로는 크게 두 가지다. 국과수 법의관이 되거나 법의학 교수가 되는 길이다. 전국 41개 의대 중 법의학교실이 있는 곳은 10곳 뿐이다.

의과대학 교수이자 법의학자인 이호 교수는 1998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을 거쳐 현재 전북대에서 법의학자를 양성하고 있다. 매일 죽음과 마주하며 개인의 죽음뿐 아니라 사회가 죽음에 미치는 영향 등 죽음과 안전을 둘러싼 다양한 문제를 연구한다.

이호 교수는 호프집 살인사건의 현장을 직접 살펴보고 사인이 자살인 것을 밝혀냈고 사체가 이미 화장된 상태여서 미궁에 빠져 있던 보험금 살인을 파헤쳐 사건을 해결했다.

특히 삼풍백화점 참사현장에서 수많은 사망자들을 판별해 유족들에게 돌려보내줬다.

이호 교수는 “복구하는 비용은 안전비용의 7배가 소모되며 대형참사로 인한 마음아픈 죽음이 발생하고 있다”며 “사고발생의 근본적인 원인분석이 선행돼야 또 다른 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막을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누군가의 이름을 지명해 비난하지 않아야하며 나의 실수를 말하는 것을 부끄럽게 하는 환경을 만들면 안된다”며 “누구를 지적하고 비난하고 따돌리는 것보다 귀하게 대접하는 게 리더의 덕목이다”고 말하며 이날 강의를 끝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