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가을장마로 병해충 피해를 입은 전북지역 농민들이 수확을 앞둔 논을 갈아엎으며 재해지역 선포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와 관련 정부는 병충해로 인한 농업재해 인정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북도연맹은 지난 8일 부안군 행안면 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북에서 발생한 병충해는 명백한 자연재해”라며 재해지역 선포를 촉구했다.
농민들은 “벼가 여무는 지난 8월 말부터 9월 초까지 때늦은 장맛비로 저온 다습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이삭도열병과 세균벼알마름병, 깨씨무늬병 등 병해충이 발생하기 시작했다”며 “도내 벼 재배 면적의 43%가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아직 수확을 마치지 않은 곳이 많아 피해 면적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전북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기준 도내 전체 벼 재배 면적 11만 4509㏊ 가운데 43%에 해당하는 4만 9303㏊에서 이삭도열병, 세균벼알마름병, 깨씨무늬병 등 병해충이 발생했다. 이는 도내 14개 시·군 모두에서 나타났다.
농민들은 “자연재해가 명백한 만큼 정부와 전북도는 하루속히 피해지역을 재해지역으로 선포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농민들은 기자회견 직후 트랙터로 논을 갈아엎는 시위를 벌였다.
도는 도내에서 발생한 벼 병충해를 농업재해로 인정해달라고 지난달 말 농림축산식품부에 건의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농촌진흥청이 벼 병해충 원인 등을 정밀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결과에 따라 농업재해 인정 여부가 결정된다.
도 관계자는 “이와 별도로 농식품부에 병해충 등 피해를 본 벼를 공공비축미로 매입해달라고 건의했고, 최근 농식품부가 이를 수용했다. 앞으로 농가 희망 물량 등 수요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론 신동진 대체 품종(참동진 등)의 재배 확산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재 도내 전체 벼 재배 면적의 64%는 신동진 품종이다. 단일 품종이 벼 재배 면적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이번과 같이 기후 변화에 따른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대응이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한편 농업재해로 인정되면 농가별 피해 규모에 따라 농약이나 묘목 구매비, 생계 지원비 등이 지원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