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자유학기제, 이대로 좋은가

송영주 군산동고 교장

송영주 군산동고 교장

자유학기제는 진로교육을 강화한 중학교 교육과정으로 특정 학기를 시험 부담 없이 진로에 대한 탐색, 성숙, 결정을 위해 도입한 교육 시스템이다. 최근 많은 논란과 함께 시행을 앞두고 있는 고교학점제는 결정된 진로에 따라 학생이 필요 과목을 선택하여 학점을 이수하는 제도이다. 자기이해 단계를 중점으로 하는 초등의 진로교육, 진로 탐색, 성숙, 결정을 위한 중학교의 자유학기제를 거쳐 학생들은 고교학점제를 맞이한다. 2011년에 도입된 진로교육은 자유학기제와 고교학점제로 이어지면서 학교급 교육과정을 능동적으로 소화하고 대학 또는 취업의 길로 나가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자유학기제는 진로교육의 핵심이고, 충실한 고교 교육과정 이수를 위한 기반이 된다. 동아리, 예술체육, 진로탐색, 주제선택 등 4개 영역의 진지한 활동 체험을 통해 자신의 진로를 결정해 가도록 하는 자유학기제에서, 전북은 타 시도에 비해 시작점 분위기가 매우 미약했고, 의욕, 열정, 합의, 추진 등에서 많이 아쉬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교육청의 세밀한 현황분석과 동력적 지원이 필요했고, 현장 구성원의 제도에 대한 이해와 적극적 교육력이 요청되었다. 단순노작, 공연관람, 견학체험, 유희적 놀이 등의 파편적인 활동으로 연계성과 단계성이 없는 체험으로 돌리다 보니, 학생들이 먼저 식상해 하고 활동 자체를 피곤해 한 사례가 많지 않았나 싶다.

자유학기제의 긍정적 효용성을 토대로 연장형 자유학년 시스템으로 가고자 할 때, 타 시도는 지역 내 학교 100%(3개 시도) 또는 70, 80% 등의 찬성률이 나올 때 전북은 애초 13개(당시 209교, 6.2%) 학교만 희망했었다. 전국의 흐름으로 자유학년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우리가 자유학기제는 안 없어지느냐는 볼멘소리를 할 때 타 시도에서는 주제선택 활동이 자유학기의 꽃이라는 야심찬 경험을 얘기하곤 했다. 자유학기제의 확대 모형인 연계학년(2학년) 운영의 자발적 참여 학교도 타 시도에 비해 현저하게 저조한 것으로 알고 있다. 확대모형을 자발적으로 찾는다는 것은 만족할 만큼 운영이 잘 된다는 것이고 그것은 다음 단계에서의 건강하고 능동적인 교육과정 운영이 보장된다는 것이다. 지금도 자유학기제가 시간 낭비라는 학생, 학부모, 교사의 말이 돌고 있다면 이는 그만큼 전북의 학생이 소중한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

진로결정을 전제로 맞이해야 하는 고교학점제 시대가 현재 중2부터 적용된다는 발표가 있다. 진로결정을 토대로 개별 교육과정 편성의 시점이 다가온다는 얘기다. 각 학교마다 진로체험은 탐색, 성숙, 결정의 심화적 단계로 진행되고 있는지, 4개 영역 중 가장 전문적이고 실천적인 주제탐구 활동 비율은 어느 정도인지 통계를 내고, 자유학기제 실시에 대한 학생, 학부모, 교사의 만족도, 효용성, 성취도, 요청사항 등 다양한 각도의 설문이 성실하게 취합되어 운영의 쇄신을 모색해야 할 때이다.

전국이 함께 움직이는데, 어떤 이유가 됐든 진지하고 충실한 교육적 수혜를 놓침으로써 그 피해를 고스란히 우리 아이들이 받으면 안 되지 않은가. 대입도 취업도 전국 단위로 얻어야 하고 그 힘은 지금까지의 교육력을 바탕으로 한다. 자유학기제 운영을 돌아봄으로써 실효성 있는 진로교육을 견인하고, 다가오는 우리의 고교학점제 운영이 전북 자유학기제의 아쉬움을 답습하지 않기를 바란다. /송영주 군산동고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