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답답하다. 요즘 전북의 돌아가는 꼴을 보면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수도권을 비롯해 다른 자치단체들은 저만치 앞서가는데 우리만 뒷걸음이다. 요즘 막바지로 치닫는 여야의 대선 경선 만해도 그렇다. 대선 후보들은 전북 보기를 처삼촌 묘에 벌초하듯 건성 건성 지나친다. 또 내년 6월 지방선거에 거론되는 도지사 후보의 면면을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중앙에선 존재감도 없는, 갓 재선된 우물 안 개구리들이 전북의 미래를 책임지겠다고 나댄다. 심히 걱정이다.
전북은 그동안 축소지향의 길을 걸어왔다. 내부 여건과 외부 여건을 보자. 우선 내부부터 들여다보겠다. ‘전라북도’라는 행정구역 명칭이 탄생한 것은 조선시대 말 고종 때인 1896년이다. 갑오개혁을 추진하던 김홍집 내각이 조선 8도(道)를 13도로 개편하면서 전라도가 전라북도와 전라남도로 분리되었다. 이후 전북은 1906년 구례군을 전남에 떼어주고 전남 영광군에 속했던 무장면과 흥덕면을 고창군에 편입시켰다. 또 5·16 군사 쿠데타 후인 1963년에는 인삼으로 유명한 금산군과 익산군 황하면이 충남으로 옮겨갔고 대신 전남 영광군 위도면이 부안군으로 편입되었다. 결국 전북은 2개 군이 떨어져 나가 도세(道勢)가 크게 위축되는 결과를 낳았다. 인구 역시 대폭 줄었다. 1966년 252만 명을 정점으로 현재 180만명 아래로 내려앉았다.
다음으로 외부여건을 보자. 전국은 지금 너도나도 몸집 불리기가 한창이다.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이 800만명 규모의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에 발동을 걸자 대구·경북이 500만, 광주·전남이 350만명의 행정통합형 메가시티 추진에 나섰다. 충남·충북·세종도 550만명 충청권 메가시티에 힘을 모으고 있다. 여기서 빠진 전북은 강소권 메가시티를 추진한다고 하지만 왕따 신세다. 메가시티는커녕 미니시티도 유지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이대로 가다간 전북은 해체와 소멸의 길을 걸을게 뻔하다. 이미 순창·고창은 광주권에, 무주·진안·장수와 완주군 일부는 대전권에 빨려 들어가 있다.
이를 어떻게 타개할까? 전주권 광역화와 새만금+군산·김제·부안의 통합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광역이 없는 전북으로서는 생활권과 여건이 비슷한 이들을 통합해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는 게 급선무다. 이 중 전주권 광역화는 전북 전체의 구심력 회복과 성장을 위해 절박하다. 전주권인 완주와 전주는 원래 한 몸이었다. 일제 강점기인 1935년 전주읍이 전주부로 승격하면서 분리되었을 뿐이다. 그리고 이미 3차례 통합의 기회가 있었다. 특히 2013년 3차 통합시도는 당시 완주·김제지역 국회의원이던 최규성 같은 대역죄인의 농간으로 실패하고 말았다. 당시 통합에 성공한 청주시·청원군의 눈부신 발전은 반면교사다.
그렇다면 완전(완주+전주)한 통합방안은? 위로부터(Top-down) 방식과 아래로부터(Bottom-up) 방식이 있다. 지금까지 3차례는 전주시장과 완주군수, 그리고 도지사와 지역 국회의원이 주축이 된 위로부터의 방식이었다. 이 방식은 간단한 반면 주민들의 복리보다는 정치권 몇몇의 이해관계에 좌우된다. 이제 정치권에 맡길 때는 지났다. 주민 스스로 결사체를 만들어 추진하는 아래로 부터의 방식이 필요하다. 그동안 자신의 영달만을 꾀하는 그들의 뒷모습을 무수히 보아왔지 않던가. 수단은 농촌에서도 보편화된 유튜브 활용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여기서 명심할 것은 전주의 통 큰 양보로 완주군민에게 이득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완주·전주 통합은 전북 발전을 위한 첫걸음이자 생존조건이다. /조상진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