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철 벼 수확을 앞둔 농민들이 극심한 병충해 피해로 망연자실한 상태다. 예년 같으면 수확의 기쁨으로 가을걷이에 나섰지만 벼 병충해 피해가 심각해 아예 수확을 포기한 채 논을 갈아엎는 농민들도 속출하고 있다. 농민들이 땀 흘려 가꾼 한해 벼농사를 망치게 되면 당장 생계 문제로 이어져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전북지역을 휩쓴 역대급 벼 병충해 피해는 장기간 이어진 가을장마에다 특정 벼 품종의 특성에서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도내에서 재배하는 주 품종은 신동진 벼로 다른 품종에 비해 밥맛이 좋고 수확량이 많은 데다 가격도 높아 농민들이 크게 선호하는 품종이다. 이에 전북지역 벼 재배면적 11만 4509ha 가운데 64%가 신동진 벼를 재배하고 있다.
하지만 신동진 벼를 지난 1999년부터 20년 넘게 장기간 재배해 오면서 내병성이 약화해 이삭도열병 등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다 올가을 장마가 장기간 계속되면서 벼 병충해 방제를 해도 방제 효과가 떨어져 병충해 피해가 급속히 확산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2일 현재 전북도가 집계한 벼 병충해 피해면적은 전체 재배면적의 46%인 5만 2424㏊에 달한다. 병해충별 피해면적을 보면 이삭도열병이 3만5286㏊로 가장 많았고 세균벼알마름병 9611㏊, 깨씨무늬병 7527㏊ 등이다. 지역별로는 김제 정읍 고창 군산 등 서남부권 평야 지대의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각한 벼 병충해 피해와 관련, 전북농민회와 15개 도·시·군의회는 명백한 자연재해임을 주장한다. 올가을에 농가마다 3회 이상 벼 병충해 방제를 실시했지만 잦은 비로 인해 방제 효과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북 농민들과 도·시·군의회는 벼 병충해 피해지역을 농업재해지역으로 선포해달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농가 차원에서 벼 병충해 피해 복구가 어려운 만큼 정부 차원에서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전북 농민들의 애절한 요구를 적극 수용해서 벼 병충해 피해지역을 농업재해지역으로 선포해야 한다. 지난 2014년 전남지역에서 출수기 가을장마 피해로 인한 재해지원을 한 사례도 있는 만큼 재해지역 지정을 통해 재해 복구비와 생계비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