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에 있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53억 원을 들여 신규 사업으로 추진한 출판유통통합전산망(이하 전산망)에 참여하는 서점이 1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적 판매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해 출판계의 독식구조를 해소하고 작가의 처우개선에 조력하려는 사업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지난 2018년부터 올해까지 출판사-유통사-서점별 생산·판매통계를 확보하기 위해 53억 원의 예산을 들여 전산망을 구축, 올해 9월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국회의원(수원갑)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전산망에 참여하고 있는 출판사는 전국 7930곳 가운데 1777곳로 22.4%에 불과하다. 지역서점도 전체 2320곳 가운데 14%인 322곳만 참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저자는 출판사가 동의하지 않으면 정확한 판매부수를 확인할 수 없다. 실제 지난해 문학 창작자 153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창작자 가운데 절반이 넘는 52.9%가 출판사로부터 판매내역을 제대로 제공받지 못했다. 이럴 경우 출판사에 대응하지 못하고 가만히 있는 비율도 64.1%에 달했으며, 인세를 책이나 구독권 등으로 받는 경우도 36.1%였다.
또 서점의 재고 조회, 주문 자동화와 물류 발주 시스템 조회도 어려운 상태로 확인됐다.
김승원 의원은 “혈세 53억원을 투입해 전산망을 구축해도 출판업계 동의가 없으면 저자는 판매내역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출판사와 서점의 참여율도 저조해 정확한 생산·판매통계도 확보할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산망을 개선·보완해 출판계의 부조리를 없애고 사업의 본 취지를 살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같은 문제를 제기한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비례대표)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출판사의 참여를 독려할 전향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전산망과 출판문화협회의 ‘도서판매정보 공유시스템’의 통합과제 등 많은 과제도 산적해 있다”며“민간의 협조가 없는 공공기관의 일방통행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이어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개선책 마련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