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시 없는 전북에 메가시티는 ‘기울어진 운동장’…강소권 지원 호소

정부 초광역협력 지원전략 발표…행정 · 재정적 지원
SOC 사업 예타 기준 상향 조정, 특별지자체 지원 등
송 지사 “광역시 없는 전북엔 불공정 · 불평등” 지적
전북새만금권역 요구…메가시티 발전전략 추진 건의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균형발전 성과와 초광역협력 지원전략 보고'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기회와 자원을 상대적으로 많이 확보하고 있으면서 스스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세상사입니다. 잘 나가는 사회는 끝없이 잘 나가려 하고, 못 나가는 사회는 그런 상황에서도 기를 쓰고 잘 살려 합니다. 이미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상황이기 때문에 (오징어 게임은) 전체적인 관점에서 보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벌어지는 게임이고, 자칫하면 '데스 게임'이 됩니다. 전북은 이 같은 게임에 끼지 못하고 뒤꼍에서 서럽게 울고 있는 형국입니다.”

송하진 전북도지사가 14일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각 시·도지사들이 한자리에 모인 ‘균형발전 성과 및 초광역협력 지원전략 보고’ 행사에서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정부의 메가시티 논의에서 전북이 처한 현실을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에 빗댄 말이었다. 정부가 수도권 집중 현상을 막기 위해 단일 행정구역 범위를 넘어서는 초광역협력(일명 메가시티)을 추진하고 있지만, 초광역협력이 광역시 중심으로 논의되며 광역시가 없는 전북은 논의의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는 것이다.

송 지사는 “이날 논의된 동남권(부산·울산·경남), 충청권(충남·충북·세종), 대구·경북, 광주·전남 메가시티는 광역시도를 한두 개씩 키워낸 지역이다. 메가시티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에서 커진 광역시도들이 어떤 형태로든 뭉쳐서 더 큰 기회와 가치, 자원을 확보하려는 노력”이라며 “이곳에 못 낀 광역자치단체는 전북, 강원, 제주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송 지사는 “논의에 끼지 못한 전북과 강원, 제주를 위해 메가시티가 아닌 또 다른 이름이 있어야 한다”며 “타 메가시티처럼 전북새만금권역, 강원평화특별권역, 제주특별자치권역 등의 이름으로 메가시티 반열에 나란히 설 수 있도록 특화발전전략을 꼭 포함해달라”고 강조했다.

이날 송 지사의 발언에 대해 강원도는 지지의 뜻을 밝혔고, 세 지역은 향후 전북·강원·제주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송 지사의 발언에 검토의 뜻을 나타냈고,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은 특화발전제도 등을 통해 제도적으로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또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장과는 전북새만금권역과 관련해 계속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송 지사는 행사 후 별도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특화발전전략에 대한 뜻을 거듭 전달했고, 대통령은 각별히 관심을 두고 풀어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정부는 초광역협력 지원 전략을 발표했다. 다양한 행정·재정적 지원 방안이 담겼지만, 전북·강원·제주 강소권 사례와 같이 비수도권 간 격차를 완화할 장치는 전반적으로 미흡했다.

정부는 우선 국가균형발전특별법과 국토기본법에 초광역권의 정의와 초광역권 발전 계획, 협력사업 추진 근거 등을 명시하고 권역별 초광역권 발전계획을 국가균형발전 5개년 계획에 반영하기로 했다.

초광역협력 사업을 촉진할 장치도 마련한다.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기준은 총사업비 500억 원(국비 300억 원)에서 1000억 원(국비 500억 원)으로 상향 조정해 문턱을 낮추기로 했다. 시급하거나 투자 효과가 큰 초광역협력 사업에 대해서는 지방재정투자심사를 면제하거나 신속하게 수시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초광역협력 사업에 대해서는 국고보조율을 50%에서 60%로 상향한다.

또 특별지방자치단체, 행정통합 등 협력 단계별로 차등 지원한다. 특별지자체 설립 준비에 필요한 재원은 특별교부세로 지원하고, 특별지자체가 필요로 하는 국가 사무는 분권협약을 통해 위임한다.

문 대통령은 “초광역협력이라는 새 모델이 확산하면 수도권 집중 추세를 반전시키고 골고루 잘 사는 대한민국으로 나아갈 수 있다”며 “정부는 단일 경제생활권 조성을 위해 광역 교통망을 조속히 구축하고 일자리, 인재, 자본이 선순환하는 성장 거점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