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산업은 내·외부에서 작업이 이루어지지만 내부적인 작업보다는 외부적인 현장작업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현장별로 대규모 장비와 인원이 투입되기도 하기는 특성상 사고 발생 위험이 매우 큰 산업이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전체 산업재해 사망사고 중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달한다고 한다.
이에, 중대재해법만으로는 건설현장 사망사고 예방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과 발주처와 원도급사의 책임을 더욱 강화하는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최근 국회에서는 해당내용을 반영한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건설안전특별법은 건설공사 안전관리 책임을 각 단계별로 참여주체에게 부여하고, 법 위반 시 형사책임을 묻는 법이다. 발주자는 적정공사비와 공사기간을 제공하고, 시공자는 안전관리를 책임지는 등 참여자별 해당 권한에 상응하는 법적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다. 하지만 산업안전 관련해서 중대재해법과 산업안전보건법 등 이미 다수의 법이 제정·시행되고 있어서 또다시 안전관련 법을 제정하는 것이 타당한 지 의문이 든다.
중대재해법이 시행되면 중대재해 발생 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이 내려지고 재발 시 가중처벌까지 가능하다. 이에 더해 건설안전특별법이 발주자와 경영자에게 또 다시 책임을 물린다면 중복처벌이 될 수 있으며, 또한 건설안전특별법은 사망사고 발생 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형 선고가 가능토록 하고 있는데, 중대재해법과 건설안전특별법 중 어느 법을 적용하는가에 따라 벌금이나 형량이 달라지는 경우도 발생할 수도 있다. 이렇듯 하나의 사건이 여러 법률들과 얽혀 있어, 법적용에 대한 불편과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과도한 규제로 인해 산업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경영책임자의 부담 증가로 건설공사 자체를 포기하는 상황이 발생 할 수도 있고, 이는 결국 건설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것이며, 이는 결과적으로 국민에게 역으로 불편과 불이익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다.
법 시행이 얼마 남지 않은 중대재해법도 아직 중대재해의 정의, 주체의 범위, 준수의무 내용 등 구성요건의 개념이 확실하지 않은 상태이며, 건설안전특별법까지 제정된다면 법 자체는 물론, 수사주체와 법 집행상의 혼란 등 또 다른 논란과 문제만 양산시킬 뿐이며, 나아가 건설산업에 대한 특별법을 인정하게 되면, 차후 또 다른 개별업종에 대한 특별법 제정 요구로 입법남용이란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건설공사는 공종 및 참여자와 목적물이 다양한데다, 관련 업종의 다수의 사업자가 동시에 작업을 하고 현장 상황에 따라 건설기계와 근로자도 수시로 바뀌는 등 여타 산업과는 다른 환경으로 집중적인 안전관리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특별법은 대중이 아닌 특정 집단이나 특수한 상황에 적용되는 처분적 법률의 성격이 강하므로, 보다 다양한 상황적 특성에 대한 내용을 반영하여 합리적인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인정해야 한다.
새로운 법 제정보다 시행(예정)중인 법률에 대해 종합적이고 거시적인 검토를 통해 안전관리에 우선적인 투자를 유도함으로써 현장 및 업종 특수성에 맞는 안전한 작업환경을 조성하고, 사고 위험성을 낮추는 것이 산재 예방에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김태경 전 전문건설협 전북도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