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신드롬에 빠졌다. 오징어 게임 속 등장 인물들의 복장은 유령이나 괴물 분장을 하고 즐기는 미국 축제인 핼러윈(10월 31일) 분장의 대세가 됐다고 한다. 덕분에 봉제업계는 반짝 특수를 누리고 있다. 국내 주문에 핼러윈 데이까지 겹치면서 오징어 게임 속 초록색 참가자 추리닝과 분홍색 진행요원 복장 주문이 쏟아져 밤 늦게까지 일해야 할 정도라고 한다.
복장 뿐만이 아니다. 오징어 게임 속 달고나 게임은 전 세계에서 체험형 게임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오징어 게임에 등장하는 용어 ‘깐부’는 정치판에서 회자되고 있다. 50대 이상 중장년층이 어린 시절 구슬치기를 할 때 같은 편을 의미하는 말로 쓰던 깐부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정치판으로 소환했다. 자신을 공격하는 홍준표 후보를 향해 “우리 깐부 아닌가요”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뒤 깐부는 주요 일간지 정치면 제목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단어가 됐다.
최근 정부와 광역자치단체들이 추진하고 있는 메가시티 구상을 보면 오징어 게임 속 1호 참가자 오일남 할아버지(오영수)와 주인공 성기훈(이정재)의 대화 속에 나오는 “우린 깐부잖아”란 대사가 떠오른다. 메가시티는 수도권 집중 완화와 지방 경쟁력 제고를 내세운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부울경 메가시티 조성 제안으로 시작됐다. 부산·울산·경남이 같은 편으로 뭉쳐 함께 살 길을 찾자는 것이었다.
김 전 지사가 제안한 ‘메가시티 깐부’는 부울경의 결합을 뛰어넘어 전국으로 확산됐다. 충청권과 광주·전남, 대구·경북이 메가시티 깐부에 동참했다. 정부는 지난 14일 문재인 대통령과 전국 시·도지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초광역협력 지원전략 보고회’에서 메가시티 지원을 공식화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역에서 주도하는 ‘초광역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적극 지원을 약속했다.
메가시티가 현실화되면 권역내 이동시간은 수도권처럼 1시간 이내로 단축된다. 부산 진영~울산 구간은 135분에서 37분으로, 광주~나주 구간도 30분 이내 통행이 가능한 교통망이 구축된다. 메가시티 거점에는 초광역 공유대학도 설치된다.
부울경 메가시티는 2040년 인구 1000만명의 동북아 8대 메가시티 목표를 갖고 있고, 대전·세종·충북·충남은 바이오헬스와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 4차 산업혁명 특별권역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광주·전남은 에너지·우주산업·해상풍력 등의 글로벌 에너지 허브와 부울경과 연계해 광역해양관광벨트를 육성하는 남해안 남부권 메가시티를 꿈꾸고 있다. 대구·경북 메가시티는 로봇·미래차·바이오·메디컬 산업 육성과 벤처·중소기업 5000곳 유치, 물류 중심지 구축 구상을 내놨다.
광역시가 없는 전북은 타 메가시티에 상응하는 새만금권역 특화발전전략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메가시티 깐부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