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가 출범 32년 만에 인사권 독립의 숙원을 이뤘다. 의회 의장이 공무원 인사권과 함께 채용도 직접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의회 권한이 세지면서 위상도 한층 높아져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 그에 따른 의원들의 책임감과 소명 의식에 대한 주민 눈높이도 높아진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지역 정치의 메카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의회 스스로 이를 계기로 분투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렇지 않아도 끊임없는 의원 자질논란과 함께 도덕성·전문성 부족은 단골메뉴가 되다시피 했다. 대표성을 갖는 의원의 언행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황당한 일이 속출하고 있는 까닭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인사권을 이들에게 독자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옳은 것인지 분분하다. 개정안에 따르면 의장에게 소속 공무원 임면과 교육훈련, 징계 등 인사권 부여를 명문화했다. 이와 함께 전문 인력도 의원 2명당 1명씩 배치가 가능토록 바꿨다는 것. 이와 관련한 법률이 마무리 되면서 도의회를 비롯한 14개 시군 의회가 내년부터 이를 시행한다.
지방의회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 보면 이같은 권한 집중에 주민들 시선이 곱지 않다. 1991년 지방의회 출범 때는 의원들이 무보수 명예직으로 주민 봉사를 최고 가치로 여기며 풀뿌리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 강했다. 이들은 거의 의정활동비에만 의존해오다 2006년 유급제로 전환되면서 사실상 ‘직업’의원이 된 셈이다. 해마다 되풀이하며 눈총을 샀던 의정활동비 셀프 인상을 둘러싼 낯뜨거운 장면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더욱 안타까운 건 지방의회가 무소불위 권력 기관으로 주민들에게 꽤 오래 전부터 인식됐다는 점이다. 그런 데다 걸핏하면 의원들의 일탈과 부적절한 행위가 도마에 올라 여론을 들끓게 하고 있다.
집행부 견제와 감시라는 의회의 고유 기능은 이들의 존재 이유다. 그렇기 때문에 인사권 독립을 통해 실질적으로 이런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여론 지지가 이를 뒷받침해 준 것이다. 그러나 실제 의원들 의정 활동 성적표를 보면 이런 기대가 무색할 지경이다. 참여연대 보고서에 따르면 지방의회 전반기 2년 동안 정책 질의나 5분 발언을 한 번도 하지 않은 의원은 3명이나 됐다. 고작 1-2건에 그친 의원도 상당수다. 존재감을 스스로 부정하는 이런 의원들이 과연 국민이 위임해준 권한을 행사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한 걸음 더 이들에게 공인으로서의 책임있는 자세와 솔선수범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까. 코로나 때문에 쓰지 못하는 해외연수비를 재난지원금으로 쓴다거나 부동산 투기의혹 때 의원 전수 조사에 대해 미온적 반응을 보여 원성을 산 바 있다.
지방의회는 누가 뭐래도 지역 정치의 핵심 역할을 한다. 거듭 변화하는 위상과 권한에 걸맞게 의원들의 자기 혁신이 강조되는 대목이다. 무보수 명예직으로 출발했던 초창기 주민 봉사의 정신을 되새겼으면 한다. 그걸 실천하는 자리가 지방의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