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정병렬 시인의 6번째 시집 ‘붉은 지폐와 야근 수당’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본 세상
정병렬 시인만의 절묘한 화법

“꽃 한 송이가 시다. 그 수많은 이파리가 첩첩이 쌓아 올린 이야기, 한 권 소설을 한 편의 시·꽃으로 피워 내는 일에 혼신을 다하리라 다짐한다. 인생길 가다가 가다가 꽃밭은 만난다면 행운이겠지요. 이 시집 한 권이 드넓은 초원 어딘가에 꽃밭이었으면 합니다.”(시인의 말 일부)

정병렬 시인이 여섯 번째 시집 <붉은 지폐와 야근 수당> (인간과문학사)을 펴냈다.

이 시집은 ‘만찬’, ‘붉은 지폐와 야근 수당’, ‘죽필 받아쓰기’, ‘내가 짊어진 천국’, ‘죽음이 하는 말’, 총 5부로 구성돼 있으며 60여 편의 시가 담겨 있다.

정 시인은 세상을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본다. 쇠똥구리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기도 하고, 대나무의 말을 들어보기도 하고, 죽음까지도 생각한다. 그는 어렵고 우울한 소재도 재치 있게 표현했다.

“온종일 폐지를 줍는 손/굽은 허리 툭툭 치며 바라본 서녘 하늘/그 누가 내놓았나 붉은 노을 황혼이 타네//(중략)//오늘 저녁 치 목숨 고이 받아 안고/발걸음마다 절뚝 절뚝/고삐를 푸는 저녁”(‘붉은 지폐와 야근 수당’ 일부)

시집의 해설을 맡은 소재호 시인은 “이 시집에서 이미지들의 연계는 무한한 상상력을 일으킨다. ‘붉은 노을’은 ‘붉은 지폐’로 은유 되는데, 그것 또한 ‘절뚝거리는 남루한 삶의 수당’으로 상징되고 있다. 소시민의 눈물겨운 삶이 불타는 황혼으로, 아이러니의 화염으로 귀의하는 형상화의 시는 절묘한 화법이다”고 설명했다.

정병렬 시인은 전북 순창 출신이다. 지난 1961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엄동의 계절’이 당선됐다. 저서로는 시집 <설원에 서다> 등 다수와 산문집 <희망시 인내동 사랑가> 가 있다. 그는 ‘표현’ 신인작품상, 전북시인상, 전북문학상, 중산문학상 등을 받았다. /박현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