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위교수 징계논란

김영곤 논설위원

삽화 = 정윤성 기자

제갈량이 위나라를 공격할 때 자기 명령을 어기고 다른 전략을 세웠다가 크게 패한 측근 마속의 목을 가차없이 베었다. 엄격한 군율이 서야 군기가 잡히기 때문에 그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음참마속(泣斬馬謖)이란 중국 고사성어의 유래다. 이처럼 엄격한 업무 처리와 사사로운 정이 충돌할 때 흔히 이 사례를 원용해서 공정과 정의를 강조한다. 한솥밥 먹던 동료에게 그가 저지른 죗값을 안면 몰수식으로 논하는 것 자체가 쉽지는 않다. 그렇다고 대충 덮고 잘잘못을 제때 가려내지 못하면 그 후폭풍은 눈덩이처럼 커진다.

이런 대표적 사례가 지난주 국감에서 터져 나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비위 문제로 전북대 교수들이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는 데도 제식구 감싸기식 솜방망이 처벌로 의원들에게 강힌 질타를 받았다. 논문 바뀌치기뿐 아니라 제자 인권침해, 연구비 편취 등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도 감봉 2개월 처분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총장이 두 번이나 해당 교수에 대한 중징계를 요구했음에도 징계위가 이같은 결정을 내린 건 너무 안일한 것 아니냐며 거칠게 몰아세웠다. 하물며‘인권을 침해했다’는 인권위 결정조차 깡그리 무시하고 ‘성실히 업무를 수행했다’는 점만 내세운 처사는 모두 한통속이라 비난을 면키 어렵다. 이에 반해 학습 환경을 개선해 달라며 나무 2그루에 대해 가지치기를 요구한 예술대 강사에겐 전례 없는 면직 처분과 함께 경찰 고발까지 강행해 좋은 대조를 이뤘다.

교수들의 비위가 잇따르는 것은 자체 징계시스템 운용의 문제점을 시사해준다. 교수들의 잇단 비위로 몸살을 앓던 지난 2019년 7월 김동원 총장이 보직 교수들과 함께 도민들에게 사과하고 재발 방지책을 발표했었다. 그럼에도 교수들의 모럴 해저드는 이후에도 끊이지 않아 변명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다. 당시에도 비위 교수에 대한 불합리한 평가시스템은 물론 징계 개선을 요구한 바 있다.

무슨 일이 터졌을 때 사안의 중대성을 인식하는 대학 구성원의 현실 감각이 다소 아쉽다는 반응이다. 교수 비위가 꼬리를 무는 것도 이런 상황 판단의 괴리감이 작용한 때문이다. 대학 밖에서는 비위 사실에 비해 징계 수위가 낮다고 목청을 높이지만 이들은 끄떡하지 않는다. 변하지 않으면 안되는 절박한 상황속에서도 이들의 마이웨이는 대학을 퇴행적으로 몰고 간다. 아랑곳하지 않는 독선과 아집이 안타깝고 이들의 행태가 거슬리는 것 또한 사실이다. 같은 맥락에서 이를 보도하는 언론에 대한 시각도 편향적이고 왜곡돼 있다. 홍보담당자가 공식 모임에서 광고비를 무기로 언론 길들이기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대학관련 보도를 매일 모니터링해서 소위 잘 써주는 곳과 그렇지 않은 언론에 대한 차별적 지원을 언급하고 있다. 한마디로 알아서 기사를 쓰라고 언론에 노골적으로 압박하는 격이다. 사회적 물의를 빚고도 제대로 된 징계는커녕 오히려 이를 감싸고 덮는다고 해서 덮어질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