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은행의 유리천장

강인석 논설위원

삽화 = 정윤성 기자

국내 매출 상위 100대 기업의 여성 임원이 322명으로 사상 처음 300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286명보다 36명(12.6%) 증가한 숫자다. 글로벌 헤드헌팅 전문기업 유니코써치가 국내 100대 기업의 올해 반기보고서에 나온 임원 현황을 조사한 결과다. 100대 기업 전체 임원 수는 지난해 6871명에서 올해 6664명으로 207명 줄었지만 여성 임원은 오히려 40명 가까이 늘었다.

그러나 경제계의 유리천장은 아직도 단단하다. 올해 국내 100대 기업내 여성 임원 비율은 4.8%에 불과하다. 100대 기업 가운데 여성 임원이 있는 기업은 65곳으로 아직도 35개 대기업은 여성 임원이 전무하다. 지난 2004년 첫 조사 당시 13명에 불과했던 100대 기업내 여성 임원은 2013년 114명으로 100명 시대를 처음 열었다. 2018년 216명으로 200명을 넘어선 뒤 올해 300명을 돌파했다. 100대 기업 여성 임원 100명 시대를 여는데 9년, 200명 도달에 5년, 300명 돌파에 3년이 걸렸다. 유리천장에 금이 가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깨뜨릴 수 없는 장벽’이란 의미가 담긴 유리천장은 1979년 미국의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이 여성 승진의 어려움을 다룬 기사에 처음 사용한 뒤 1986년 같은 신문에 실린 기고문의 제목에 다시 등장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여성들의 고위직 진입 장벽의 의미를 넘어 이제는 다양한 소수자의 차별적 상황에 까지 사용되고 있다.

전북에서는 공직사회에서 부터 유리천장이 깨져가고 있다. 2016년 3월 이지영 전 익산부시장이 공직생활 40년 만에 도내 첫 여성 부단체장 기록을 세운 뒤 지난해 1월 유희숙 전 익산부시장(현 전북도 자치행정국장)이 기록을 이었다. 이후에도 천선미 고창부군수와 나해수 진안부군수 등이 여성 부단체장 명맥을 이었다. 전미희 군산소방서장은 2019년 1월 전북 최초의 여성 지방소방정으로 승진하며 도내 첫 여성 소방서장 시대를 열었다.

도내 경제계에서도 유리천장이 깨지고 있다. 전북은행은 지난 25일 열린 이사회에서 김선화 고객업무부장을 금융소비자보호 총괄책임자(CCO)로 선임했다. 전북은행의 첫 여성 임원 배출로 전북은행의 유리천장이 깨지는데 52년이 걸린 셈이다. 김 부장은 입행 30년째를 맞는 내년 1월부터 전북은행의 CCO로서 전북은행 이용 고객들의 다양한 의견을 금융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진단하고 개선책을 반영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전북은행은 지난 4월 창사 52년 만에 첫 자행 출신 은행장 시대를 연데 이어 첫 여성 임원까지 배출하며 달라지고 있다. 자행 출신 첫 은행장인 서한국 전북은행장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실천과 금융의 사회적 책임 강화 의지가 전북은행이 도민들에게 더욱 따뜻하고 사랑받는 지방은행으로 자리잡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