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의 한 전기제품 생산공장에서 일하는 한모 씨(28)는 최근 다니던 헬스장을 다니지 못하고 있다. 6개월 이용료와 개인 PT 이용료를 한 번에 결제해놓은 탓에 헬스장을 가지 못하는 것은 생돈을 날리는 것이나 다름 없지만, 위드 코로나 시행 후 잦아진 회식 때문에 헬스장에 갈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한 씨는 “회사에서 막내 급이기 때문에 술을 마시러 가자는 상사의 제안을 거절하기는 어렵다”면서 “위드 코로나 시행 전에는 헬스장을 꾸준히 다니면서 일과 삶의 균형이 맞춰졌는데 최근에는 새벽까지 회식을 하는 경우가 늘어나 피곤 속에 살고 있다”며 한숨 쉬었다.
코로나19라는 2년의 터널을 지나고 기다리던 일상으로의 회복이 코 앞으로 다가왔지만, MZ세대 직장인들은 위드 코로나가 달갑지 않은 모양새다. 저녁 회식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지난 9일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직장인 146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68.9%가 ‘위드 코로나 시행이 우려된다’고 답했다.
우려되는 부분은 ‘감염 위험 확대’가 83.8%(복수응답)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저녁 술자리 회식 부활’(53.3%), ‘워크샵, 단합대회 등 사내 행사 부활’(38.8%) 순이었다. 70%에 가까운 직장인이 위드 코로나 시행 이후 코로나19 감염 확대와 함께 회식 문화 부활을 우려하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의도치 않게 개인 시간이 많아진 직장인들은 위드 코로나가 ‘저녁을 빼앗아갔다’고 한탄했다.
전주의 한 세무사사무소에 다니는 김건영 씨(30)는 “그동안 회식을 하더라도 밤 10시면 끝나서 집에 들어가면 개인 시간이 조금은 있었는데, 이제는 회식만 하면 2차, 3차는 기본이라 집에 가면 정신 없이 잠들기 바쁘다”며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아침에 출근하는 것이 정말 친목도모나 일 능률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반면 돌아온 회식 문화를 반기는 직장인도 있었다.
회사에 입사한지 9개월 된 김희웅 씨(29)는 “회사에 입사한 후에 같은 팀 선배들과 저녁 식사를 한 적은 있지만, 다른 팀과는 식사를 한 적이 없어 아쉬움이 많았다”면서 “백신 접종을 완료하고, 방역수칙을 준수하면서 단체 회식을 진행한다면 그동한 서먹했던 동료들과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아 기대된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기영 씨(51)는 “최근 변화된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부하직원들에게 회식을 하자는 말을 꺼내기가 어려울 때가 많다”면서도 “그래도 회식은 친목도모를 위해 꼭 필요한 문화이기 때문에 안할 수는 없고, 젊은 층 문화에 맞춰 술을 권하지 않거나 2차·3차 문화를 없애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