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국선열에 대한 묵념만으로 그칠 일 아니다

어제가 제82회‘순국선열의 날’이었다. 그러나 법정공휴일로 지정되지 않은 데다 3.1절 광복절 현충일 등 비슷한 기념일이 있어 ‘순국선열의 날’이 있는지 조차 모르는 국민이 많다. 국가유공자 중에서도 최고 대우를 받아야 할 순국선열에게 후손된 도리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돌아볼 일이다.

순국선열은 일제의 국권침탈 전후로부터 광복일 전까지 국내외에서 일제의 국권침탈을 반대하거나 독립운동을 위해 일제에 항거하다가 순국한 분을 말한다. 학자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그 수가 대략 15만명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서훈을 받은 분은 전체 2%인 3500명에 불과하며, 이 중 유족보상금을 받고 있는 분은 25%에 불과하다. 순국선열에 대한 국가 예우가 얼마나 미흡한지 보여주는 실상이다.

단지 보상만의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주요 행사 때 국민의례로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을 하고 있지만 그 뿐이다. 세계 각국이 나라를 세우면서 가장 먼저 목숨을 바친 선열들을 기리는 추념관을 건립해 국민통합을 꾀하는 데 비해 지금껏 번듯한 순국선열 추모관 하나 없다는 게 될 말인가. 나라를 잃고 실낱같은 희망조차 보이지 않던 때 생명과 재산, 가족까지 겨레의 재단 앞에 바쳤던 순국선열을 향한 묵념이 형식에 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순국선열에 대한 예우를 제대로 못하는 것은 지자체도 마찬가지다. 전북의 지자체 중 순국선열을 위한 조례를 제정한 곳은 전북도와 고창군 두 곳뿐이다. 전북도와 고창군은 각각‘독립유공자 기념사업 및 예우·지원에 관한 조례’와‘항일독립운동 기념에 관한 조례’를 만들어 항일독립유적 발굴 및 보존사업, 독립유공자 추모사업, 지역 내 기념행사, 교육사업, 자료수집·정리 학술 및 문화사업 등 기념사업 대상을 정했다.

전북도와 고창군이 조례에 따라 얼마만큼 기념사업을 추진했는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그 필요성을 인정하고 과제로 삼은 것만으로도 일단 평가받을 만하다. 그러나 조례가 그저 장식품에 그친다면 의미가 없다. 조례조차 없는 시군은 말할 나위 없다. 나라를 위해 온몸을 던져 희생한 순국선열과 그 후손들이 합당한 대우를 받도록 지자체 차원의 노력이 더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