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30일 ‘국악으로 신명나게 놀아 볼 신개념 퓨전 국악 대국민 오디션 프로그램’을 지향한 조선판스타가 종영하였다. 최근 여러 이슈를 몰고 온 서바이벌 프로그램 ‘스우파(스트릿 우먼 파이터)’ 보다 화제성은 적지만, 시청률은 3배 가까이 앞서며 저력을 과시하였다. <조선판스타> 는 국악을 기반으로 가요, 재즈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무대를 꾸미는 크로스오버(corss-over)로 판소리를 비롯한 전통음악의 매력을 새롭게 제시하며 호평 받았다. 우리 음악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이날치 밴드의 ‘범 내려온다’도 판소리의 파격 변신 사례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대한한국 국악계는 지금 현대적 재해석과 퓨전으로 폭넓은 세대의 주목과 호응을 얻는 중이다. 조선판스타>
반면 북한은 국악의 변신에 회의적이다. 북한의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 는 지난 11월 2일 ‘국악계 이단아들이 서양악기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면서 민족 음악을 변질시키고 있다.’, ‘민족 음악의 명맥이 사라지고 있다.’고 비판하며 전통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통을 고수하고 보존한다는 측면에서도 이 주장은 타당성이 있다. 하지만 판소리가 처음 등장한 것으로 보이는 18세기 영·정조대와 19세기 흥선대원군대의 판소리는 사뭇 다르다. 일제강점기 이후에도 판소리는 계속 변화를 겪으며 오늘의 형태에 이르렀는데, 전통이란 것은 시간과 환경에 따라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민족끼리>
판소리를 비롯한 국악의 역사에서 주목할 점은 우리 전라북도의 위상이다. 흔히 남원을 국악의 성지라고 하는데 판소리 다섯 마당 중 흥부가와 춘향가의 배경지이고, 동편제 판소리를 정형화한 송흥록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립민속국악원도 남원에 있고, 시립 국악단이 운영되며, 후속세대를 양성하기 위한 국악예술고등학교도 있다. 남원뿐만 아니다. 19세기에 고창 지역에서 활동했던 동리 신재효는 기존의 판소리를 ‘춘향가’, ‘심청가’, ‘박타령’, ‘토끼 타령’, ‘적벽가’, ‘가루지기타령’ 등 여섯 마당 사설로 정리하였고, 이론을 정립하였다. 국악계에서 신재효의 위상은 매우 높은 만큼, 고창군에서도 그를 기리기 위해 판소리박물관, 판소리전수관 등을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후속세대 양성을 위해 ‘전국 어린이 판소리 왕중왕 대회’를 1988년부터 34회째 진행하고 있다.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전주대사습놀이’ 역시 조선 후기에 전라감영과 전주부 통인청에서 주관하며 성했하였는데, 1910년을 전후한 시기에 중단되었다가 1975년부터 재개되었다. 전주대사습놀이가 현재 국악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될 정도이다.
국악의 본향이라고 할 수 있는 전라북도의 소리가 현대에 다시 전국적으로 관심을 끌고,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이는 지역의 것이 세계화를 이룰 수 있다는 ‘글로컬(Glocal)’의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 기회를 이용하여 전라북도는 국악 등을 홍보하고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전통적인 판소리를 계승함과 동시에 퓨전까지 아우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조선판스타가 시즌 2를 개최한다면 결승전은 전주대사습놀이를 진행했던 전라감영에서 진행하도록 하여 전통적 상징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혹은 최근의 트렌드인 메타버스나 가상현실 플랫폼을 국악과 접목시켜 전라북도에서 선도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방안도 있다. 판소리를 비롯한 국악의 정통성을 가지고 있는 전라북도가 관련 문화 사업에 역동적으로 움직인다면, 우리문화유산의 세계에 알리는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박정민(전북대 사학과 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