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살아간다. 평화롭고 자유로운 세상, 평등하고 공정한 사회, 풍요롭고 행복한 삶을 위해 정부와 기업, 지역과 시민사회 모두가 부단히 노력하며 살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가 않다. 지역의 상황은 안팎으로 더 복잡하다. 인구감소와 고령화, 산업환경의 변화와 부족한 일자리 문제에서부터 개발과 보존, 세대와 계층 간 소통문제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소수의 생각과 과거의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다. 함께 지혜를 모으고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우리는 담대하게‘협치’의 길로 들어서야 한다.
협치는 공공활동을 수행해나가는 다원적인 조직체계를 이르는 말이다. 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협력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과정이라고도 이해할 수 있다. 과거의 권위주의 시대가 통치와 지배의 시대였다면 지금은 협치와 연대의 시대다. 행정도 마찬가지로 주민참여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행정 운영 전반에 다양한 협치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좋은 협치가 이루어지면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첫째, 협치의 진정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협치 그 자체를 중요한 목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절차적인 형식으로 다루게 되면 협치의 신뢰는 만들어지기 어렵다. 둘째는 협치의 다양성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협치는 소수의 전문가와 특정한 단체들의 힘만으로는 그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행정과 의회, 대학과 기업, 지역과 시민사회, 청년과 어르신 모두가 골고루 참여하고 균형감 있게 발언권을 가질 수 있어야 제대로 된 협치가 가능하다. 세 번째 조건은 협치를 위한 권한의 위임이다. 협치의 과정에서 자치단체의 기능과 역할은 크고 중요하지만 지나친 행정주도의 협치는 결국 민간의 자생력과 회복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지역의 미래를 위해 협치는 혁신이 아니고 일상이 되어야 한다. 혁신이 일상이 되려면 협치의 리더십이 중요하다. 협치를 위한 제도와 정책을 촘촘하게 설계하고 실효성 있는 협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상생의 플랫폼을 만들고 긴 호흡으로 협치의 길이 이어질 수 있도록 인내심 있게 협치의 중심을 지켜내는 것이 바로 협치리더십의 요체다.
협치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결국 상생이 아닐까 생각한다. 상생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고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니 작은 실패나 어려움이 있다 하더라도 협치의 실험과 도전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지난주 막을 내린 올해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창단하지 7년밖에 되지 않은 신생팀이 우승을 일궈냈다고 한다. 상대팀은 지난 7년 내내 빠짐없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강팀이었기에 이 결과에 대한 다양한 평가와 분석이 회자되고 있다. 객관적인 전력이 월등히 강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성적으로 우승을 이뤄낸 여러 가지 이유 중에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이른바‘팀 정신’이었다. 구단 운영진과 현장의 조화, 코칭스테프의 역할 분담, 고참과 신인들의 존중 등이 어우러져 팀의 객관적인 전력을 넘어서는 긍정의 시너지를 만들어냈고 결국 우승에 이르게 됐다는 이야기이다. 그 중심에는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했던 감독의 협치의 리더십이 있었다고 한다. 이 사례를 통해 ‘협치’의 진정한 의미와 지역사회의 미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다. 지역의 지속가능한 미래는 행정, 의회, 대학, 기업, 주민조직 모두가 적절한 역할분담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만들어갈 수 있다. 그렇게 하려면 지역의 강점과 약점, 기회와 위협 요인 모두를 극복할 수 있는 긍정의 시너지가 필요하다. 그것은 바로 모두와 함께 하는 ‘협치의 길’이다. /국영석 완주고산농협조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