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 갑질 금지법 시행 한 달…현장은 “달라진 것 없어요”

입주민 눈치에 제한 업무도 계속…애매한 규정에 혼란도 커져
경비원들 “입주민 부탁 거절 시 계약 연장 힘들까봐 들어 줘”

아파트 경비원을 보호하기 위해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을 시행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현장에서는 “달라진 것이 없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달 21일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 이른바 ‘경비원 갑질 금지법’이 시행됐다.

개정된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에는 공동주택 경비원의 업무로 △잡초제거 △낙엽 청소 △제설작업 △재활용품 분리배출 감시 및 정리 △안내문 게시 및 비치 △불법주차 감시 △택배 및 우편물 등기 보관 등으로 명시했다.

반면 △도색 및 제초작업 △개별세대 대형폐기물 수거 운반 △개인차량 주차대행 △개별세대 택배물 배달 등의 업무는 제한된다.

이를 위반한 입주자, 관리자 등은 지자체장의 사실조사와 시장명령을 거쳐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고, 경비 용역업체 대해서는 ‘경비업법’에 따라 경비업 허가가 취소될 수 있다.

하지만 개정안에서 ‘잡초제거’는 허용하지만 ‘제초작업’은 제한하는 등 애매한 규정 때문에 현장에서는 오히려 업무만 늘어난 셈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주시 완산구 서신동의 한 아파트 경비원 A씨(62)는 “그동안 입주민이 부득이한 사정으로 부탁을 하면 택배를 전달해주거나 소파 같은 대형 폐기물을 운반하는 것을 도왔었는데 법이 바뀌었다고 해서 이를 거부하기는 어렵다”면서 “대부분 경비원들이 계약직인데 이런 입주민의 부탁을 거절하면 계약 연장이 힘들어질 수 있어 이런 류의 부탁이 많지는 않지만 대부분 들어주는 편”이라고 말했다.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의 한 아파트 경비원 B씨(59)는 “잡초제거와 제초작업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설명해줬으면 좋겠다”며 “애매하게 명시된 법률 때문에 안 해도 될 일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 평소 안 하던 일을 법으로 규정해놔서 오히려 할 일만 늘었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전북 비정규직지원센터 관계자는 “경비원의 권익 향상을 위해 법안을 개정했는데 현장에서는 바뀐 것이 없다고 하니 안타깝다”면서 “대부분이 비정규직인 아파트 경비 노동자들이 겪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도내 아파트와 협약을 통해 교육을 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경비 노동자에 대한 입주민들의 의식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