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고문만 계속되는 균형발전정책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문재인 정부의 가장 실망스런 정책 하나를 꼽으라면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꼽겠다. ‘국가균형발전’,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슬로건으로 내건 ‘혁신도시 시즌 2’ 모두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노무현의 참여정부가 기초를 닦았고 이를 계승한 문재인 정부한테 거는 기대가 컸다.

그런데 반석 위에 올려놓지도 못했고 약속도 이행하지 않았다. 의지도 없었다. 공공기관 지방이전과 관련해 이해찬 민주당 전 대표는 “현 정부에서 추진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했고, 김부겸 총리는 “다음 정부에서 논의돼야 할 사안”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침묵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1일 저녁 ‘국민과의 대화’에서도 이와관련해 실망스런 언급을 했다. “국회 분원도 세종시에 설치하기로 법제화가 이뤄졌고, 공공기관 지방이전도 계속 이뤄지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고 있는 데도 안정되고 있다고 발언한 맥락과 비슷하다. 안일한 현실인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나라 수도권 인구 비율은 10월말 현재 50.37%다.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 도시국가를 제외하고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유럽의 수도권 인구는 전체의 10%를 넘지 않는다. 가장 심각하다는 프랑스 파리도 전체의 18% 수준이다. 청년층도 56%가 수도권에 살고 있다. 일자리 때문이다.

수도권 쏠림은 지방을 피폐하게 만들고 수도권은 수도권 대로 주거, 교통, 환경 등 역기능의 피해가 크다. 경쟁력과 삶의 질이 떨어지는 원인이다. 그냥 놔둘 수 없는 숙제다. 그래서 정부가 내놓은 게 초광역권 정책이다.

예컨대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 광주전남, 대전세종충남충북 처럼 인접지역을 묶어 수도권과 경쟁할 수 있도록 메가시티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이 지역에 대해서는 SOC의 예비타당성조사 완화, 국고보조율 상향 등 행·재정적 지원이 강화된다.

이른바 새로운 국가균형발전 정책인데 내년 상반기엔 부울경이, 하반기엔 대구경북이 각각 ‘특별지방자치단체’를 결성한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전북이나 강원, 제주 같은 곳은 비빌 언덕이 없다. 송하진 지사는 새만금권과 전주완주 통합을 포괄해 전북 독자권역을 설정했지만 고육지책이다. 전주완주 통합은 강제할 수 없는 사안이고, 새만금은 기반시설도 마무리되지 않았다. 향후 새만금의 파이를 파격적으로 키울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이 나오지 않는 한 전북에겐 들러리 균형발전정책 밖에 안된다. 이 균형발전정책은 지역 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가속화시킬 것이다. 전북의 미래가 암울하다.

또 지방소멸 우려 지역을 지정, 기금 1조원을 지원한다는 것도 전시적이다. 교육, 주거, 일자리, 교통, 의료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한 성과를 내기 어렵다. 수도권 몸집 줄이기가 병행돼야 한다. 이재명 후보가 공약한 ‘수도권 공기업과 공공기관 200곳을 모두 지방에 이전하겠다’는 처방이 더 현실적이고 해소책에 가깝다. “만약 혁신도시 조성이 없었다면 일감이 없어 다 죽을 뻔 했다.”는 기업인의 말이 현실을 웅변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균형발전에 대한 철학이 깊다. 국정 목표의 하나였다. 따라서 혁명적 의지를 갖고 균형발전의 여러 가치들을 추진했어야 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가시적 성과도 꼽을 게 없다.

그래서 균형발전을 가장 실망스런 정책의 하나로 꼽았고, 여전히 희망고문만 계속하고 있다는 비판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임기 5개월을 남겨놓고 있다. 정부 출범 초기의 빵빵했던 에너지를 다 어디로 소비했는지 허망하다. /이경재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