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좋은 개살구’ 농작물 재해보험…개선 요구 빗발

농가 현실 반영 못 해 불만…재가입 머뭇
도내 가입률 50%도 안 돼…“자연재해를 무슨 수로 막나”

25일 김제 신덕동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서창배 씨가 재배현장을 보며 농작물 재해보험 애로사항을 하소연하고 있다.

“농작물 재해보험이라면 최소한 농가의 현실을 반영해야 하는 게 아닌가요?”

김제에서 30년 넘게 농사를 지어온 서창배 씨. 벼 수확을 끝낸 뒤 지난달 보리를 심었는데 그의 얼굴은 어둡기만 하다. 잦은 이상기후로 지난해 보리 농작물 재해보험을 들었지만 실질적으로 보험금 수령이 어렵다는 것이다.

서 씨의 지난해 보험 가입서에 명시된 평년 보리 수확량은 700~900kg 수준. 하지만 실제로는 필지당 매년 약 3000kg의 보리를 수확하고 있다. 이 기준대로라면 내년 6월 보리 수확 시 수확량이 2000kg 이상 줄어야 보험금 수령이 가능하다.

서창배 씨는 “폐농 가까운 흉작이어야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면서 “기상재해가 해마다 잦아지고 있는데 농가 현실 기준에 맞지 않는 보험정책에 힘들기만 하다”고 하소연했다.

벼를 수확한 농민들도 상황은 마찬가지. 올해 도내 벼 재배면적 절반 이상에 신동진 벼를 심었는데 가을장마 등으로 벼 생육에 큰 영향을 미쳤다. 실제 생산량이 전년 대비 6.9% 늘었음에도 도정률은 크게 하락한 것이다.

하지만 농민들은 손해사정사가 벼 생산량만을 조사해 피해율이 예상치만큼 나올 수 없고, 자부담 20%까지 더해져 실제 피해율은 더 낮아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제에서 벼와 콩 등을 재배하는 조경희 씨는 “손해사정사가 낫으로 벼를 베 무게를 측정한다”면서 “ 낫으로 벨 때는 병든 나락도 포함돼 무게가 많이 나가 생산량이 많은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농작물 재해보험에 일부 농가는 소득을 떠나 수천만 원의 생산비도 건질 수 없다는 상황. 여기에 올해 할증률도 최근 5년간 누적 손해율에 따라 최대 50%까지 올라 일 년마다 갱신해야 하는 보험가입을 머뭇거리고 있다.

결국 도내 농가의 올해 농작물 재해보험 가입률은 49.6%(전체 농지면적 대비 가입 면적)으로 절반을 넘기지 못했다. 지난해 재해보험 품목에 포함된 보리는 15.6%로 집계됐다.

이에 대해 농작물 재해보험을 취급하는 NH농협 손해보험은 “정책보험 특성상 모든 농가를 만족시키기 어렵고, (보리와 같은) 신규 품목은 안정화 단계가 필요하다”면서 “재해보험에 대한 농업인들의 애로사항을 개선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