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은 우리 사회에 많은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인구구조의 변화 등과 맞물려 일자리 생태계는 더욱 급격한 변화가 생기고 있다. 기존산업의 쇠퇴와 디지털 전환으로 인해 전통적인 일자리는 줄어들고 새로운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다고 하지만 그 사이에서 일자리를 잃거나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이 변화의 속도는 적응하기 쉽지 않을 정도로 빠르다.
지역의 일자리 상황은 더 복잡하다. 일손은 부족한데 일할 사람은 없고, 일자리를 갖고 싶은데 일할 곳이 마땅치 않은 이른바 ‘일자리 미스매치’가 일상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정부의 사회적 일자리 늘리기와 산업구조의 변화에 발맞춰 기업의 과감하고 새로운 고용전략도 중요하지만, 지역사회 스스로 이 변화를 이겨낼 수 있는 새로운 일자리 실험과 도전도 필요한 상황이다. 그 중 하나가 협동조합이다.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되고 채 10년이 지나지 않아 현재 2만 2000여 개의 협동조합이 전국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전라북도에도 1400여 개의 협동조합이 활동하고 있을 정도로 협동조합은 우리 사회에서 매우 의미 있는 경제활동의 한 축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의 양적인 성장에 비해 조합원 수, 출자금, 영업이익 등 경제조직으로서의 내실은 다소 부족한 상황이다. 협동조합이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경제조직의 모델로 자리 잡기 위해 더 많은 정책적 지원과 자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협동조합이 지역경제의 든든한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양질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 있으려면 자치단체와 기업, 지원조직과 협동조합 당사자 간의 긴밀한 협력과 책임 있는 역할분담이 중요하다. 자치단체는 협동조합의 설립을 준비하는 주민들에게 필요한 정보와 교육환경을 제공하고, 기업은 상생의 자세로 일거리를 나누고, 지원조직은 기업활동에 필요한 각종 실무역량을 높일 수 있도록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 협동조합 또한 스스로 결속력을 높이고 지역사회에 기반한 경제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자발적인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기존의 협동조합도 마찬가지지만 앞으로 만들어지게 될 협동조합은 지역의 새로운 일자리 수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기후변화와 새로운 농업기술에 기반한 농촌 지역의 일자리 수요는 일자리협동조합 방식으로 의미 있게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치단체와 농협이 일자리 플랫폼을 만들고 일자리가 필요한 귀농귀촌인과 이주민 노동자들이 일자리협동조합을 통해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면 지역과 수요자 모두에게 상생이 되는 새로운 일자리 모델이 만들어질 수 있다.
지난주 서울에서‘제33차 세계협동조합대회’가 열렸다.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이 주최하는 이 행사가 유럽이 아닌 곳에서 열리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라고 하니 매우 뜻깊은 일이 아닐 수 없다.
19세기 유럽에서 시작된 협동조합 운동은 서로 도우면 함께 잘 살 수 있다는 믿음에서 출발한다. 우리는 이미 두레, 품앗이와 같은 훌륭한 협동조합의 전통을 가지고 있다. 이윤이 최고의 가치가 된 물질만능주의의 물결 속에서도 서로 돕고 함께 공동체의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는 협동조합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에 꼭 필요한 새로운 일자리도 만들어 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국영석 완주고산농협조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