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침을 여는 시] 석류 - 왕태삼

빨간 수류탄

가을 허공이 매설해 놓은

성냥개비 같은

안전핀 하나도 없어

저도 언제 터질지 몰라

햇살도 달빛도

더 이상 건들 수 없는

가지 끝에 잠든 탐스런 염문

번개처럼

뽀개져 별처럼 쏟아질까

수습할 수 없지만

앞가슴에 하나 차고픈

내 마른 혀를 울리는 원초적 사고뭉치

 

△파란 가을하늘에 원초적인 사고뭉치가 폭발 직전이다. 탐스러운 저 염문은 안전핀도 없다. 언제 터질지 모른다. 햇살 한 오라기도 저 염문에는 태산처럼 무겁다. 저 염문 터지는 날에는 동네방네 별처럼 쏟아지는 가을을 어찌할 것인가? 석류가 벙글기 시작하면 철이 든 어른들은 이슬 맞은 나비처럼 미동도 없이 가을 속에 스며들어야 한다. /김제김영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