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정치권과 도내 자치단체들이 9조 원에 가까운 내년도 국가예산을 확보했다. 이번 예산 확보는 전북 국회의원들이 각 포지션 별 역할에 충실했던 결과로 평가된다.
21대 국회에서 전북은 초·재선으로 이뤄져 비록 상임위원장을 배출하진 못했지만, 그 대신 유례없던 적극성을 통해 지역예산을 사수했다.
5일 전북 국회의원들이 발표한 자료와 최근 이들의 활동을 종합하면 각자의 셈법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예전 권위주의가 만연했던 시절보다 의원들의 예산확보 활동이 절실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과거 1990년대와 2000년대 초 국회의원들이 지역예산 확보활동을 하면 국회의원 격에 맞는 활동을 강조했지만, 현재는 직접 나서는 문화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여당에선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익산을)이 원내수석으로서 전북도와 당 지도부의 가교역할과 예결위원회에 신영대(군산), 이원택(김제·부안)이 포함될 수 있도록 도왔다.
신 의원은 예결조정소위에서 전북예산의 감액을 방어하고, 증액할 수 있는 예산을 검토해 최대치를 이끌어냈다. 예산 확보기간 동안 의원 사무실은 도내 자치단체들의 예산본부로 쓸 수 있도록 전면 개방했다.
이 의원은 전북도 정무부지사를 지낸 만큼 도정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예산확보 작업에 돌입했다. 그는 특유의 꼼꼼함과 집요함을 발휘해 갈수록 홀대받는 농정예산과 지역현안 예산이 적재적소에 투입되는 데 집중했다.
김성주 민주당 전북도당위원장(전주병)은 자치단체와 정치권 그리고, 내부적인 결속을 다지는데 주력했다. 김 위원장은 국회의원-도-시·군 예산정책협의회 등을 통해 수시적인 현황 공유를 이어왔고, 내년 중점 추진 예산에 대해 도내 다른 의원들과 회의를 열어 각자가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고 중재했다.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인 민주당 김수흥 의원(익산갑)은 국회사무처 근무당시 예결위에서 잔뼈가 굵은 만큼 전문성을 활용해 홍남기 부총리 등 기재부 예산 관련 핵심인사를 설득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골고루 잘 사는 나라’의 가치가 곧 ‘균형발전’이라면서 낙후된 전북에 더 많은 배려가 필요하다고 호소해왔다. 국민의힘 정운천 의원(비례)은 예산정국에서 전북 자치단체 실무자들이 가장 신뢰하고 존경하는 국회의원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모든 현안을 자신의 일처럼 나섰고, 국민의힘 전북동행 의원들을 움직여 약속을 지키도록 촉구했다. 아울러 야당에서 전북예산을 삭감하는 시도엔 단호히 맞서 동서화합을 유도했다.
민주당 안호영 의원(완주·무주·진안·장수)은 완무진장 예산 1조 원 시대에 의미를 뒀다. 특히 인구가 적고 고령화가 심각한 무진장 동부산악권 예산이 순증하는 데 기여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은 36년간의 공직 경험을 바탕으로 각 부처 실무 관계자 등을 직접 만나 사업의 필요성을 세밀하게 어필했다. 그는 ‘일 중독자’라는 별명처럼 쉬지 않고 오히려 담당 공무원들을 다독이면서 정읍·고창지역에 6321 억 원 예산을 확보했다.
무소속 이용호 의원(남원·임실·순창)은 공공의대 예산을 방어해 사업이 반드시 추진될 수 있도록 했다. 그는 대선정국에서 캐스팅보트가 된 점을 활용, 지역예산 확보에 힘썼다.
최근 국회 활동을 재개한 무소속 이상직(전주을)의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전주 K-Film 제작기반·영상산업 허브구축사업’ 등 전북 문화체육 관련 예산을 확보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