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이라는 전대미문의 상황 속에서 치러진 지난 여름 올림픽은 여성 선수의 비율이 전체 선수단의 약 49%로 역사상 첫 성평등 올림픽으로 평가받고 있기도 하다. 어느 때보다 여성 선수들의 활약이 빛났고, 특히 여자배구는 4강 신화로 주목을 이끌기도 했다. 그런 반면, 하계 올림픽 최초 3관왕(양궁)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음에도 여성 선수라는 이유만으로 헤어스타일 때문에 난데없는 ‘페미’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지난 8월 여성 스포츠인들에 대해서 다룬 ‘다큐멘터리 국가대표’를 보면, 올림픽에서 실력으로 입상하고 검증받은 우리나라 여성 운동선수들이 본인(여성)종목의 국가대표 감독이 된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라고 한다. 그리고, 2020년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체육지도자 중 남성은 무려 2만 2213명인데 여성은 4386명에 그쳤다고 한다. 코치는 성별 균형을 대표해 선발하며 IOC 집행위원 등은 기존 30%를 넘어 남녀 동일 비율이 되어야 한다는 2018 IOC 성평등 리포트와는 동떨어진 현실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면서 ‘능력이 아닌 성별에 주목하는 것은 무의식적 편견으로 인한 관습적 차별’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 하나, 지난 6월에 진행된 ‘공공부문 성별다양성’ 세미나의 내용을 보면, 2021년 6월 현재 공공기관 여성 임원 비중은 22.1%로 ‘2022년까지 공공기관 여성 임원 20%’ 목표를 달성했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 여성 임원 대다수는 비상근직이고, 745명 중 694명(93.1%)이 비상임 이사라고 한다. 소위 ‘힘 있는 공공기관’ 임원은 남성 차지이고, 2018년과 2020년 정부 부처별 임원 통계를 살펴보면, ‘남성9:여성1’ 수준의 성비를 유지하고 있다. 공기업(16.4%), 기금관리형 준정부기관(16.0%)의 여성 임원 비율은 10%대에 불과했다. 여성 기관장은 전체의 10%도 안 된다. 2021년 6월 현재 공석·기타를 제외한 기관장 320명 중 여성은 30명(9%)뿐이라고 한다. 이 중 16명(53.3%)이 기타공공기관에서 근무한다. 공기업 36곳을 통틀어 여성 기관장은 1명뿐이다. 시장형 공기업, 기금관리형 준정부기관 등엔 여성 기관장이 한 명도 없다고 한다.
올해 초 전북지역은 사회복지시설 및 기관에서 연이은 ‘직장내 괴롭힘과 성희롱 사건’으로 지역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복지계는 물론 지역사회에서도 건강한 변화를 바라고 요구하고 있다. 여러 요인들이 있기에 우리 모두의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사회복지조직은 대표적으로 여성들이 많은 집단이다. 한국사회복지사협회의 통계를 보면, 대략 ‘여성7:남성3’의 비율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복지기관이나 시설들에서는 관리자급 대부분이 남성이많다. 몇 해 전이지만, 서울시사회복지관협회에 소속된 약100개 복지관 관장의 성비율을 보면 여성대 남성비율이 대략 35:65정도였다. 이러한 비율은 무엇을 의미할까?
한국사회의 모습과 마찬가지로 사회복지기관이나 시설의 리더도 대부분 남성이다. 다르게 말하면 우리사회 구조에서 보듯이 사회복지시설에서의 기득권도 남성에게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스포츠계나 공공기관처럼, 사회복지계 스스로도 ‘무의식적 편견이나 관습적 차별’에 의해서 기관장이 정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이미 변화된 사회 속에서, 아직 변화되지 못한 모습은 없었는지, 스스로 반성하고 성찰할 수 있어야 한다. /양병준 (전북희망나눔재단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