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전북은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다. 도민들이 바깥세상이 어떻게 하루가 다르게 변해 가고 있는지를 잘 모르는 것 같다. 세계에서 5번째로 긴 충남 보령해저터널이 착공 11년 만에 개통돼 상전벽해란 말이 실감 날 정도로 변했다. 곧 크리스마스가 다가오지만 전북은 이브 날처럼 거룩하고 고요하기만 하다. 코로나19로 2년간 제대로 활동하지 못한 탓도 있지만 투자하겠다고 돈을 싸 들고 온 투자자를 전주시가 이 눈치 저 눈치 보느라 문전박대하고 있다. 전주는 밤 10시면 적막강산을 이룰 정도로 택시 손님이 일찍 끊긴다.
전북은 개인소득 수준이 전국 최하위다.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 고향을 떠나 180만이 붕괴됐다. IMF 때도 큰 공장이 별로 없어 언제 IMF가 왔다 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산업기반이 취약하다. 전북은 모든 면에서 정체 돼 있다. 새로운 물이 유입 안돼 고여 있는 물이 썩어간다. 일부 시장·군수들의 혁신 역량이 부족해 투자유치를 제대로 이끌어 내지 못하고 집토끼 키우는 것도 잘 안된다. 단체장들이 재선하는 데만 급급해 주민들한테 환심사기 위한 인기영합주의 정책만 펴는 바람에 속빈강정 꼴이 돼버렸다. 국가예산 많이 확보했다고 너스레를 떨지만 사회복지 관련 예산까지 끌어 넣어 숫자놀음 하기 바쁘다.
전북이 이렇게 된 것은 큰 정치인이 없고 시장·군수·지방의원들의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들은 우물 안 방안퉁수나 다름 없을 정도로 스케일이 적다. 여의도에서는 큰소리 못 치고 지방의원들이나 줄세워 골목대장 놀이 하기에 바쁘다. 기껏해야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의원 후보 결정을 놓고 경선판 만드는 것에 정신이 팔려 있다. 전주~포항간 고속도로 건설이나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에 전주~김천 간을 바로 넣지 못한 것도 정치력 부족 탓이다. 경제성 면에서 광주~대구 간 달빛철도보다 앞선데도 빠진 것은 정치권이 무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심한 건 그 누구 하나 목에 방울 달고 항의한 사람이 없다. LH를 진주로 빼앗겼을 때 애향운동본부를 주축으로 관제 데모라도 했지만 지금은 그런 일 조차 없다. 다른 지역 같았으면 사생결단식으로 청와대를 향해 데모를 하지만 전북은 삭발투쟁 하는 단체장 조차 없다. 그래서 중앙정부가 전북을 무시하고 소외시키는 것이다.
전북이 낙후되고 못사는 것은 민주당 일당 독식구조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 선출직도 그들만의 리그로 공천만 받으면 되기 때문에 거의 임명직 수준을 못 벗어나고 있다. 국회의원도 전문성이 결여돼 부처 공무원들이 실력 없다고 깔본다는 것. 그래서 국가예산 확보 때마다 말발이 먹히지 않아 전북도가 애를 먹는다. 아무튼 전북은 지방자치 30년을 맞아 타 지역에 비해 SOC 구축사업이 뒤처졌다. 새만금 사업 하나에 목매다는 구조라서 전북의 균형발전도 제대로 안 되고 있다. 이제 와서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 식으로 그 원인을 가리기가 힘들지만 양대선거가 전북발전의 초석이 된다는 생각으로 선거를 잘 치렀으면 한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