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개’와 ‘영국 게’의 복지

일러스트=정윤성

의견(義犬)의 고장으로 불리는 임실군에 축구하는 반려견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고 한다. 임실군의 SNS 채널인 ‘임실엔 TV’에 등장하는 반려견 ‘레오’는 축구공을 몰며 질주하는 모습이 세계적인 축구스타 리오넬 메시를 연상케 해 ‘레오넬 메시’라는 별칭까지 얻었다고 한다. 장마철 거리를 헤매던 유기견이었던 레오는 자신을 유기견센터에 맡겼다가 애처로운 생각에 입양한 새 주인을 만나지 못했으면 축구는 고사하고 유기견 생활을 계속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개와 사람은 1600여년 전부터 뗄 수 없는 관계였음이 최근 확인됐다. 국립 가야문화재연구소에 따르면 경남 창녕군의 5~6세기 가야 고분인 교동 63호분에서 무덤 주인과 함께 석곽에 순장된 세 마리의 개 사체가 발견됐다. 연구소는 개들이 돌을 두른 전용 무덤 방에 온전한 모습으로 매장된 점을 볼 때 망자의 애견이나 반려견이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주인과 함께 순장할 정도로 반려견을 아낀 가야시대에도 개고기를 먹는 관습은 공존했었나 보다. 국립민속박물관이 발간하는 한국민속대백과사전에는 삼국시대 이전부터 사람들이 개고기를 먹었다고 소개돼 있다. 13세기 중반(1264∼1268년) 건조된 난파선 ‘마도 3호선’도 고려시대의 개 식용을 설명하고 있다. 충남 태안군 마도 해저에서 발굴된 이 배에서는 견포(개고기 포)가 발견됐다. 조선시대에는 개장국(보신탕)이 보편적인 음식이었다.

삼국시대 이전의 순장 문화는 사라졌지만 개고기를 먹는 문화는 현재까지 남아 있다. 반려인구가 1500만명에 이르고 동물복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대통령이 ‘개 식용 금지를 신중히 검토할 때가 됐다’고 언급하는 상황까지 왔다. 지난 9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이후 정부는 지난달 개 식용 금지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에 착수했다. 내년 4월까지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는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88서울올림픽 개최가 결정된 1981년 시작돼 40년 동안 이어진 ‘개 식용 금지’ 논란 종결의 길은 순탄해 보이지 않는다. 지난 9일 개 식용 문제 논의를 위한 위원회 1차 전체회의가 열렸지만 동물보호단체는 개식용 농장주와 판매유통업계 인사들이 대거 참여해 공정한 논의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반발했다.

영국에서는 문어·오징어와 바닷가재·게 까지도 동물복지 법안의 보호 대상으로 지정될 예정이라고 한다. 영국 런던 정치경제대학(LSE) 연구팀은 정부의 의뢰로 문어·오징어 등 두족류(다리가 머리에 달려있는 연체동물)와 바닷가재·게 등 십각류(다리가 열 개인 갑각류)의 지각 존재 여부를 연구한 결과 이들 동물이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지각 있는 존재’로 판명됐다면서 산 채로 끓는 물에 넣어 삶지 말라고 권고했다.

문어와 게에게 까지도 동물복지가 논의되는 세상에서 한국 개는 식용 금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강인석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