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단품 슬라이딩…새만금~전주 고속도로 공사 차질

자재 가격 상승에 2공구 공사 중단…중도 포기까지 고려
상승분 보정 ‘단품 슬라이딩’ 기준 과해 제도 개선 촉구

자재 가격 상승으로 새만금과 전주를 잇는 고속도로 공사가 차질을 빚고 있다. 일부 참여업체가 자재 가격 상승 부담으로 공사를 중단한 건데 가격 상승분을 보정해 주는 정부의 ‘단품 슬라이딩’ 제도의 적용 기준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무의미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도로공사가 발주하는 ‘새만금~전주 고속도로’는 새만금~김제(26.64km), 김제~전주(28.45km)를 연결하는 총 길이 55.09km의 왕복 4차선 도로다.

지난 2018년 5월 착공해 오는 2023년 7월 조기 개통이 목표다. 당초 사업 기간은 2024년까지였지만 2023년 8월 열리는 새만금 세계잼버리대회의 성공 개최를 위해 앞당겼다.

이런 가운데 일부 구간에 대한 공사가 중단되면서 목표 달성에 차질을 빚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자재 가격 상승 부담에 이달 1일부터 2공구 말뚝 기초 공사가 중단됐다. 복합말뚝 자재 가격(1m 당)은 올해 초 14만 2000원에서 지난 5월 19만 2000원으로 35% 상승했다. 이달 기준으로는 22만 1000원이다.

이에 업체는 발주처를 통해 조달청에 ‘단품 슬라이딩’을 신청했다. 해당 제도는 국가계약법상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총액 ES : Escalation) 요건은 충족되지 않지만 특정 자재가 급등으로 인해 공사수행이 곤란한 경우 총액 ES 전에 해당 자재에 대해서만 가격 상승분을 보정해 주는 것이다.

대상은 순 공사원가의 1% 이상인 자재로, 계약 후 90일이 경과해 15% 이상 가격이 변동한 경우다.

업체는 말뚝이 순 공사원가의 1.3~1.5%를 차지해 기준에 적합하다고 봤지만 조달청은 적용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가격 정보지에는 말뚝 규격이 하나(본)당 길이 27~33m로 명시돼 이에 부합한 자재만 각각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놓고 업체 반발이 상당하다. 복합말뚝은 현장반입을 위해 평균 12m로 제작·반입하고 있는데 정보지 등에 명시된 규격으로 기준을 적용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공사 참여업체 관계자는 “현재 기준은 계약문서가 아닌 예정가격 산정을 위한 가격 정보지 등의 규격을 적용해 자재 범위를 한층 세분화했다”며 “단품 슬라이딩 적용 기준에 맞는 자재가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러자 새만금~전주 고속도로 조기 개통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자재 가격이 불안정할뿐더러 업체가 공사 포기까지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사 참여업체 관계자는 “단품 슬라이딩 취지에 맞지 않는 기준 적용으로 공사 중도 포기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면서 “이대로 가다가는 공사지연에 따른 막대한 피해가 예상돼 난감할 따름이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조달청은 “시공사에 문의해달라. 특정 건에 대해서는 얘기해 줄 수는 없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