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납치됐다는 소식에 수천만 원의 현금을 들고 나선 80대 노부부가 농협 직원의 눈썰미와 끈기로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피해를 면했다.
지난 15일 정오께 북전주농협(조합장 이우광) 성덕지점을 찾은 80대 조합원 A씨. A씨는 직원에게 현금 2000만 원 인출을 요구했다.
담당 직원인 장민선 계장은 자주 지점을 찾던 그에게서 평소와 다른 불안한 눈빛과 초조함을 느껴 현금 사용처 등 질문을 유도하면서 보이스피싱을 의심했다. 하지만 A씨가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않아 의심은 커져만 갔다.
장 계장은 인출 처리 후에도 걱정되는 마음에 조합원을 찾아 주차장에 갔다. 당시 A씨는 차 안에서 배우자와 같이 누군가와 계속 통화를 하고 있었다.
A씨는 지점을 떠날 때 집에 간다고 말했지만 노부부가 향한 곳은 집과 정반대였다. 이를 본 장 계장은 현 상황이 보이스피싱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이에 곧바로 A씨 배우자에게 연락해 최근 보이스피싱 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설명하고, 현 상황이 보이스피싱으로 의심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이후 오후 3시께 A씨와 그의 배우자는 현금 입금 차 다시 지점을 방문했다. 알고 보니 자녀가 감금돼 있다며 현금을 요구한 보이스피싱 일당의 전화를 받고 현금 2000만 원을 찾으려 했던 것이다.
A씨 배우자는 장 계장과의 통화 후 아들과 통화해 보이스피싱임을 뒤늦게 깨닫고 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다. 노부부는 사기 피해를 예방해 준 것에 감사 인사를 전했고, 장 계장이 재발 방지를 위한 보이스피싱 수법과 피해 사례 등을 자세히 설명해 준 뒤 상황은 마무리됐다.
장민선 계장은 “자주 오시는 조합원께서 평소와 달리 불안하고 초조해 보여 의심이 많이 됐다”면서 “추수기 이후 농촌에 현금이 있는 것을 알고 고령자들을 노린 사기 범죄가 우려되는 상황이어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