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문인 이규보가 눈보라 속에 말을 타고 벗을 찾아왔더니 벗이 집에 없었다. 그냥 돌아가는 길에 문 앞에 크게 자기 이름을 쓰고는 이렇게 읊조렸다. “눈빛이 종이보다 희길래 채찍을 들어 내 이름을 써두나니, 바람아 부디 눈을 쓸지 말고 주인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 주오”
눈 위에 남겨둔 이규보의 이름을 친구는 보았을까. 그 심정을 따라 눈 내린 곳에 괜히 이름을 써보며 살포시 내 마음도 포개보는 겨울이다.
돌아보니, 전북일보 지면을 빌어 ‘사연있는 지역이야기’에 남긴 108번의 글은 땅이 보채며 가보라 다그친 기나긴 여정이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사연들 안에 마저 싣지 못한 사진과 선물처럼 보내주신 그림들을 소개하며 못다 한 이야기를 함께 나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