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정치는 바지저고리나 핫바지 취급을 받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도 민주당의 본향이라고 스스로 자위하며 지낸 지도 오래되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이마저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전북 정치인들은 말끝마다 대선에서 문재인 정부에 가장 높은 득표율로 몰표를 주었고 국회의원. 지방의원이 거의 민주당으로 도배되어 있는 것을 자랑하지만 임기 말인 현재까지 제대로 이룬 것 하나 없이 현안은 표류하거나 암초를 만나 허덕이고 있다. 수십 년 동안 민주당 지지로 일관한 정치 영역조차 핫바지이고 바지저고리로 전락되어 있으니 타 분야는 말할 것도 없다. 이번 이재명 대선 캠프를 보아도 상황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이재명 후보에 압도적 지지를 보내고도 이재명 선대본에서 핵심적인 역할은 고사하고 이렇다 할 역할을 하는 인물을 찾아보기 어렵다. 여전히 변방에서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의 전북 푸대접과 홀대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들어 갈수록 정도가 더욱 심해지며 거의 무시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고 있어 사태의 심각성이 더욱 크다 하겠다.
지역 정치권의 최대 현안은 무소속 이용호 의원 당선으로 사고 지구당이 된 ‘남원 임실 순창’ 지역과 이상직 의원의 탈당으로 공석이 된 ‘전주을’ 지역구의 위원장 임명이었다. 남임순 지역은 현역으로 차기 총선 출마가 확실시되는 이환주 남원시장을 직무대행에 임명하여 물의를 일으켰다. 이처럼 얼토당토않은 행위를 중앙당이 강행했다는 것은 특정 세력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지방 자치를 말살하고 편파적인 경쟁을 조장한 것으로 비난받아 마땅한 것이었다. 다행히 늦게나마 얼마 전 직무대행을 해임했으나 여전히 지역위원장을 임명하지 않고 대선과 총선을 치르려 하고 있다. ‘전주을’ 지역은 더욱 가관이 아니다. 직무대행 조차도 임명하지 않다가 듣도 보도 못한 낙하산 인사를 선대위원장에 앉혔다. 양경숙 비례대표 의원은 고향이 임실이라지만 지역 연고가 거의 없는 서울 사람이다. 비록 3개월 기간의 선대위원장이지만 지역민을 무시해도 정도가 지나쳤다. 아무리 아무나 앉혀도 민주당이 압도적으로 지지받을 것이 뻔하다고 하지만 전주을 지역은 전북 지역에서 국민의힘이 가장 많은 득표를 한 정운천 의원의 전 지역구이다. 지금도 잠재적인 국민의힘 지지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지역이다. 무늬만 지역을 주장하는 낙하산 인사가 선거를 지휘한다는 것은 해도 해도 너무한 일이다. 더욱 양 의원은 차기 총선에서 전주을 지역에 출마를 공공연히 외치는 외부인사이기에 지방선거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총선의 공천 과정에 나설 수 있어 불공정 경선을 예고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비상식적인 행위들이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는 전북지역이다. 무슨 짓을 해도 몰표를 줄 것이기에 상관없다는 것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전횡이다. 지역 유권자는 안중에도 없고 공석이 된 과정에 대한 겸허한 사과도 없이 미봉책으로 일관하면서 이득이나 챙기겠다는 심산이다.
전북은 송 지사 체제에 들어서며 오죽하면 ‘전북 몫’을 찾자는 캠페인을 벌였다. 하지만 역주행하고 있다. 인구. 산업. 소득 등이 점점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100%에 가까운 절대다수가 민주당으로 도배되어 있는 전북 정치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도당도 침묵하고 있다.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위탁관리 조차도 외부인의 수혈을 받아야 한다면 도당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 최근 청주시가 지역에서 유일하게 100만 도시로 진격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청주시는 청원군과의 통합 추진과 공항 유치전도 전북보다 늦었다. 하지만 통합에 성공하고 공항을 유치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양으로만 평가할 수 없지만 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감출 수가 없다. 전북 정치권의 무능과 유권자의 무조건적인 지지로 경쟁 없는 전북 정치가 죽어가고 있다. 전북이 쇠락하고 있다. /김영기 객원논설위원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지방자치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