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충남 보령시 대천항과 오천면 원산도를 연결하는 국도 77호선 ‘보령해저터널’이 개통되었다. 90분 거리를 10분 만에 가는 국내 최장 터널이 개통된 것이다. 민·관이 힘을 합쳐 연결한 이 터널은 국내 기술과 많은 사업비를 투입하여 11년 만에 개통했다. 당초 이 구간은 해상교량을 설치할 예정이었지만, 수십 개의 교각이 필요해 천수만 생태계를 파괴할 우려가 제기되어 해상교량 대신 터널 건설로 사업이 변경되었다. 그동안 섬 주민들은 여객선이나 어선을 이용해 섬을 오가곤 했지만 이제 버스가 섬까지 들어오게 되면서 주민들의 정주 여건도 크게 개선되고 학생들도 통학이 가능해진 것이다. 민·관이 힘을 합쳐 해양 생태계를 지켜내고 삶의 질을 개선시키면서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대폭적으로 줄 일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환경, 사회 및 거버넌스(ESG) 문제와 이와 관련한 사안들이 시민들의 인식과 기대가 높아지면서 지방정부 사업에서도 주요 의제로 작동하고 있다.
노을은 영어로 a Glow in the Sky 또는 a Red Sky로 표현되고 있다. “고창의 서쪽 하늘에 저녁노을이 붉게 타오르고 있다”를 “The western skies of Gochang are lit up with the glow of the setting sun.”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2030년 완공을 목표로 준비중인 노을대교는 10년 후 이런 모습으로 언론에 소개되며 우리에게 기억될 것이다.
노을대교(Sunset Bridge)는 곰소만에 위치한 사장교(斜張橋)이다. 2030년에 완공한 이 대교는 서해안과 남해안을 잇는 국도 77호선의 유일한 단절구간이자 마지막 연결구간이다. 서해안과 남해안의 상징인 이 대교는 2022년 사업 초기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한 민·관 사업단이 설립되어 설계, 공사, 재정, 완공 후 모습에 관한 업무를 시작하였다. 2030년 완공되어 대한민국 21대 대통령의 축사와 함께 보행자에게 개방하는 행사를 가졌고 그 다음날 차량 통행을 시작하였다. 미학적 가치와 서해안의 노을빛이 가장 잘 어울리는 노을대교는 자연 환경을 보완하고 안개 속에서 다리의 가시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을 빛 색깔로 선택되었다. 특히 이 대교는 자연환경을 보존하고 지역사회를 활성화하여 공동체를 복원하는 순환경제로서의 사회적 가치 그리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참여와 연대를 통해 완성시킨 우리나라 최초의 ESG 다리로서 대표적인 상징물이 되었다.
서해 밀물이 들어오면 고립이 되는 섬, 작은 항구에 곰소 젓갈과 회집, 색동저고리처럼 계절마다 바뀌는 아름다운 선운산, 강과 바다가 만나는 풍천, 염전, 갯벌 이제 서해안 최고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노을대교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위로는 새만금으로 연결되어 서해 해안선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는 길이 되고, 아래 남쪽으로는 영광 백수해안 도로를 거쳐 천사도와 만나고 그 해안선은 동쪽으로 길게 뻗어 나가는 중심이 된다. 이렇게 노을대교에서 부는 바람은 지역간 교류를 만들어내고, 그 교류를 통해 지역간 차이를 좁히면서 지역공동체를 만들어낸다. 지역간 거리가 좁혀지고 이웃과 우리가 좁혀지고 생각이 좁혀지고 차이가 좁혀지면서 결국 남북으로 이어진다면, 노을대교 위에서 한반도 종전 선언의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조금 더 힘을 주어 상상해보면 노을대교는 남과 북을 잇는 통일의 가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지역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를 달성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시민들의 공유된 사명이며, 환경과 사회 그리고 연대를 통한 지역공동체 회복은 미래 세대를 위한 최소한의 배려일 것이다. /지용승 우석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