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 심사평 - 시] “주관적 정서의 객관화, 소통 잊지 않은 작품"

심사위원 민윤기(서울시인협회 회장), 이병초(전북작가회 회장)

전주에 펑펑 함박눈이 쏟아지겠다고 예보된 날 신문사로부터 본심에 올라온 14편의 시를 전달받았다. 이름을 지운 응모자의 시편들은 자아와 세계의 화해 불가능을 확신하는 비규범성이나 이질적인 것들의 혼돈 등을 과하게 드러내지 않았다. 혼종적 욕망이 들끓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지금의 시단 풍토와 다르게 뜻하는 바가 분명했고 시어들 개개의 인상과 소리 맵시가 어울려 새 형상을 짓는데 인색하지 않았다.

응모작 중에서 <괄호 밖의 사람들> , <빈집> , <편의점 라이프> , <오래 머무르는 풍경> , <바람의 건축> 등의 작품을 오래 들여다봤다. <괄호 밖의 사람들> 은 ‘괄호 안의 사람들’을 궁금하게 함과 동시에 모래가 환기하는 삶의 황폐성을 떠올리도록 하고, <오래 머무르는 풍경> 에 적힌 ‘경작금지라는 팻말’과 ‘누군가는 스며들고 또 누군가는 닮아간다’라는 구절은 시 읽는 즐거움을 주었다. <편의점 라이프> 와 <바람의 건축> 도 심사위원들의 시선을 끌었다.

숙고 끝에 <빈집> 을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태풍을 피해서 모두가 떠난 빈집, 삶의 내력과 유폐된 시간을 감당하는 의인화는 고단한 시간을 견딘 타인의 이야기, 동시대 모두의 사연으로 읽혔다. ‘평생 걸어온 길의 기울기’에 어울린 빈집의 서사는 시 공부를 열심히 한 흔적도 보였다. 시는 주관적 정서의 객관화이며, 소통이라는 점을 잊지 않고 시적 형상화에 공력을 들인 <빈집> 의 시인, 당선을 축하한다. /심사위원 민윤기(서울시인협회 회장), 이병초(전북작가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