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색 공원관리 조끼를 입은 사내들이 나무 줄기를 자르고 있었습니다. 나무는 지난 계절을 잃고 바람을 흘리며 우두커니 서 있었습니다. 그런 나무 곁에서 문득 내가 줄기 잘린 나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퍼렇게 뻗어 가는 시의 줄기를 잃고 자꾸 움츠러드는 제 모습이 나무를 닮았다며 허전함의 지평을 늘이고 있을 때 당선 통보를 받았습니다.
전화를 끊고, 다시 수변 공원 나무들을 보러 나섰습니다. 매서운 한파에 뭉툭하게 가지가 잘린 나무들이 즐비하게 어두워지고 있었습니다. 나무의 잘린 부분을 어루만지면서 저는 제 시가 가야할 길을 더듬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잘리고, 꺾이고, 찢겨가면서도 말없이 인내하며 살아가는 삶의 뒷모습을 따라가는 것이 시의 길임을 어렴풋이 느끼면서 천천히 공원을 걸었습니다.
저의 움츠러든 손목에 힘을 실어주신 심사위원들께 머리 숙여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름이 더욱 무거워졌음을 염두에 두고 열심히 쓰겠습니다. 그리고 작년에 최종심에서 낙선하고 우울해 할 때 낙선주라며 담근 술을 따라주며 격려를 아끼지 않던 오산의 문우들 감사합니다. 그리고 저를 사랑하는, 제가 사랑하는 모두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박수봉 작가는 전북 장수 출생으로, 경기대학교를 졸업했다. 지난 2018년 최충 문학상에서 최우수상을, 2021년 중봉 조헌 문학상에서 대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