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눈밭이 흩날리던 겨울날이었습니다. 매일 떠오르는 태양은 더 희망을 주지 못했고 인생은 이상대로 흐르지 않는 것 같아, 뭐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 도서관 문을 두드렸습니다. 검정 가죽바지에 긴 머리를 틀어 올린 교수님이 하는 문학 강의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녀의 낯설고 매력적인 외모보다 문학에 대한 진솔한 가르침이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문학이, 글쓰기가 이렇게 중년의 저를 붙들어 매줬습니다.
일주일에 한 편씩 끄적거렸던 일기를 수필로 완성해 보고, 사물에 대한 느낌과 감상을 시로 적어봤습니다. 첨삭을 기다리던 시간이 더디게만 느껴지고 글쓰기에 푹 빠져들어 가며 저는 온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해갔습니다. 아름답고 향기가 있는 사람이 되라며 예쁜 이름을 지어준 아버지께 이제야 이름값을 하는 것 같습니다.
용산도서관의 이수정 교수님, 첫걸음부터 지켜봐 주시고 매번 아낌없는 격려와 용기를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시고 뽑아주신 전북일보 심사위원님 감사합니다. 바다가 보고 싶다고 하면 늘 운전대를 잡아 쥐고 따뜻한 커피를 말없이 내밀어준 남편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내 삶의 전부인 유리야, 영훈아. 엄마 일냈어. /오미향 작가
△오미향 작가는 제주 출생이다. 불어불문학을 전공하고 영어학원 강사를 했다. 서울 중구 여성문예백일장, 용산도서관 창작시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근로자문학상, 남명문학상, 동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