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물류대란, 남의 일이 아니다

- 김양수 한국해양진흥공사 사장

 

1956년 말콤 맥린은 화물을 적재한 트럭을 그대로 배에 실어 육상과 해상을 연계하는 운송을 고민하던 끝에 세계 최초의 컨테이너선 Ideal-X를 선보이며 ‘컨테이너의 아버지’로 불리게 된다. 알루미늄으로 제작한 58개의 컨테이너박스를 싣고 뉴저지에서 휴스턴으로 운송을 시작하면서 역사에 길이 남을 혁명의 시작을 알렸다.

 

컨테이너를 통한 물류혁명이 세계경제에 미친 파급효과는 상상을 초월한다. 뉴욕의 소비자가 주문한 상품이 동아시아 생산기지에서 컨테이너에 실려 LA항으로 12일간 이동하여 항만터미널에서 2일내 분류를 거친 후 고객의 손에 전달된다. 참 편리한 세상이다.

 

이처럼 획기적인 운송수단인 컨테이너박스가 글로벌 물류대란의 중심으로 부각되고 있다. 미국 서안 항구 및 터미널의 병목현상이 심해져 컨테이너박스가 터미널에 쌓여가는 동안, 하역을 기다리는 세계 각국의 대기선박이 100여척이 넘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

 

이로 인해 회수되지 못한 컨테이너박스 품귀현상까지 더해져 전 세계가 공급망 붕괴라는 몸살을 앓고 있다. 항만 적체로 선박공급은 줄어드는데 COVID-19로 촉발된 일부 품목의 폭발적 소비증가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탓이다.

 

물류대란의 여파는 우리 삶에도 직접 영향을 미친다. 맥도날드 세트메뉴에서 감자튀김이 자취를 감춘 적이 있으며, 호주와 중국의 갈등으로 석탄수출이 규제되면서 중국 내 요소수 생산이 마비되어 100% 수입에 의존해온 우리나라 요소수 가격 폭등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사례는 글로벌 공급망이 생산지에서 소비지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잘 보여준다.

문제는 GDP의 40% 이상을 수출에 의존하는 대한민국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점이다. 해상운임의 척도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물류대란 이전 1,000pt에서 현재 5,000pt를 넘어섰다는 것은 수출업자가 지불하는 운임이 5배 이상 증가했음을 의미한다.

 

글로벌 물류대란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의 국제경쟁력은 급격히 약화될 수밖에 없다. 과거 효율이 낮은 산업을 개발도상국으로 이전하여 국제분업을 추구하는 오프쇼어링(off-shoring)이 잦았으나, 최근 물류대란을 겪으며 무분별한 해외 이전보다 국가 전략적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우리가 소부장산업과 일부 광물자원 조달에서 이미 어려움을 경험한 바와 같이, 물류부문 역시 국내에서 컨테이너박스를 생산하기보다 대부분 수입에 의존해온 것에 아쉬움이 남는다. 향후에는 리쇼어링(re-shoring)이나 니어쇼어링(near-shoring)을 장려하기 위해 이들 업체에 세제혜택, 보조금 지급, 산업용지 제공 등 구체적인 인센티브를 마련하는 정부정책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수출기업들의 선복확보를 위한 정책수립도 필요하다. 중소화주의 선복확보를 위해 임시선박 투입을 확대하고 물류바우처 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대형화주에 대해서도 장기운송계약을 유도하는 정책을 추진하여 선화주간 상생을 촉진시키는 노력이 중요하다.

 

장기적으로는 우리 해운물류기업들이 해외 항만터미널 확보, 내륙운송 진출 등을 통해 종합물류기업으로 성장, 공급망 병목현상을 극복하고 고객에게 정시성 있는 원스톱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글로벌 공급망 붕괴에 따른 물류대란 속에서 우리 기업들이 생존하여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70여년 전 컨테이너로 물류혁명의 장을 열었던 말콤 맥린의 창의적 사고와 실천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된다.

 

* 김양수 한국해양진흥공사 사장은 인천대 석좌교수, 해양수산부 기획조정실장과 차관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