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서울에 위치한 S 대학 학보사 소식을 접했다. 해당 학교와 총장을 강하게 비판했다는 이유로 학보 발행을 전면 중단시키고 소속 기자 전원을 해임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곧바로 학보사에서 입장문을 통해 위 내용들이 철회됐다고 밝혀 사소한 갈등이 만든 해프닝으로 끝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최근 해당 사건이 다시 재조명됐다. 지난달 17일 이번 교내 언론 탄압 사태에 대한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주최 측인 언론 탄압 사태 대응 TF는 기자 전원을 해임시키고 사전 검열과 발행 중단을 통보한 학교의 만행을 규탄했으며, 반민주주의에 저항하는 학보사 장례식 퍼포먼스도 진행했다. 또한 당시 학보사 편집국장의 ‘학보사 길들이기에 저항하며’라는 글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여러 대학 언론 관계자들의 공분을 샀다.
글 내용에 따르면 학보사에서는 총장이 외부 언론을 통해 실언한 내용을 기사화하려 했고, 총학생회를 비롯한 각 단과대학 학생회장 및 학생 200여 명의 시위를 취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기사화하는 내용이 ‘총장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는 이유로, 헌법 제21조 4항 ‘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는 답변을 보였다. 게다가 총장은 ‘편집국장에게 지도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N번방 가해자 조주빈도 그 학교를 위하는 편집국장이었다”는 서슴없는 발언도 했지만, 공식적인 사과나 재발 방지 대책 등은 단 하나도 받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사건의 전말을 알고 난 후, 필자는 그저 안타까운 마음뿐이었다. 대학 생활 4년 중 3년, 하루 반나절을 모교 학보사 기자로 생활했던 필자로서 저들이 마주한 현실을 잘 알고 있다. 학생들의 목소리를 담았는가. 필요한 정보를 실었는가. 학교 홍보에 치중하지 않았나. 지금 생각해보면 신문을 발행할 때마다 스스로 되묻던 물음에 필자는 매번 자신 있게 대답하지 못했고, 결국 온전히 만족한 신문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특히 이번 사건처럼 주체적인 학보사의 시선으로 속 시원하게 꼬집지 못했던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갑작스런 학과 통폐합 추진, 미숙한 수업 운영 방식 등에 대한 학교 소식을 비판적으로 기사화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퇴고를 거치며 비판의 수위가 낮아지거나 준비한 취재와 기획이 하루아침에 바뀌어도 눈감을 수밖에 없었다. 학령인구 감소로 신입생 모집에 급급해 긍정적인 소식들로 지면을 채워야 했고, 어쨌거나 신문을 발행하기 위한 금전적인 지원 결정 여부는 학교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냥 손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보도나 기획 기사가 힘들다면 학생 사설로, 기사화가 힘들다면 관련 사진 한 장이라도 게재해 학보사의 존립 이유를 보이기 위해 노력했었다. ‘학보사가 학교의 홍보지로 전락해버린 것이 아니냐’는 학생들의 쓴소리를 들을 때도 있었지만, 좌절하지 않고 발판 삼아 고군분투해 왔다.
전국 학보사들은 올해도 학기가 시작하면 신문을 발행할 것이다. 기사를 기획하며 의견 충돌로 갈등이 생기거나, 밤새 원고 작성에 시달릴 수도 있다. 학업과 병행하는 학보사 생활은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벅차게 느껴질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힘듦을 버티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끊임없이 고민하길 바란다. 그 과정 속에서 성장하는 자신과 완성된 결과물을 보며 성취감을 느꼈으면 좋겠다. 학보사만의 신선한 아이디어와 시선으로 앞으로도 좋은 기사가 쓰이길 기대한다.
/임지환 원광대학교 신문방송사 조교
* 임지환 조교는 원광대 경영학부를 졸업하고, 원광대 신문방송사 교육보조원으로 활동하고 있다.